가든파이브, 복부인만 웃음꽃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2009.06.1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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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제한 기간에 일반 투자자에 웃돈 붙어 팔려

↑가든파이브 전경↑가든파이브 전경


청계천 상인 신 모(61)씨는 최근 중개업소로부터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가든파이브 내 좋은 자리에 당첨된 것을 안다며 웃돈을 줄테니 점포를 팔라는 내용이었다.

자금이 모자라 중도금이나 잔금을 걱정해 온 신 씨는 한참을 고민한 후 팔지 않기로 했지만, 못내 씁쓸했다. 신 씨는 "정작 상인들은 비싼 분양가를 마련하지 못해 이전할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일반 투자자들이 빈 점포를 채워나가고 있다니 기가 막히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인 서울 송파 가든파이브(동남권유통단지)가 복부인들의 잔칫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청계천 이주 상인을 위해 공급된 가든파이브 상가가 수천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은 채 일반 투자자에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당초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에 따라 상권을 잃은 상인을 이주시킬 목적으로 장지동에 대형 쇼핑단지를 조성했다. 이들 이주 상인에게는 감정가의 50% 수준인 조성 원가에 분양하는 대신 1년간 전매 제한 기간을 뒀다. 하지만 이같은 전매제한 규정을 피해 '선(先)매매 후(後)등기이전' 방식으로 제3자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거래 방식은 이렇다. 투자자는 분양가(은행대출 제외)에 웃돈을 주고 상가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투입비용만큼 근저당을 설정한다. 청계천 상인은 1년간 서류상 소유권을 유지한 뒤 전매가 허용되면 등기를 이전해준다. 이 경우 투자자는 일반분양분보다 싸게 좋은 자리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귀띔이다.

SH공사는 청계천 상인 등을 대상으로 특별·우선순위 공급 후 남은 상가를 일반인에게 감정가에 판매할 계획이다. 웃돈은 층수·위치·업종에 따라 점포당 1500만~5000만원 가량이다.

가블록 6층 스포츠웨어 매장 22.68㎡(7평) 점포는 분양가 1억5900만원에 웃돈이 2000만원이고, 같은 블록 2층 여성의류 매방은 2억1500만원에 프리미엄이 1500만원이다. 문정동 A중개업소 대표는 "지하철과 연결되는 지하1층과 지상1층 등 목좋은 자리 대부분은 이미 강남 아줌마들이 싹쓸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전매)적발시 점포 환수와 함께 위약금 10%를 물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서류상 소유권이 이전된 게 아니라면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청계천 상인들은 감독당국인 시와 SH공사가 단속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한다. '계약률 올리기'에 급급해 전매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1순위 신청 자격이 1인당 2~3개 점포를 계약하는 다점포 신청자에게 주어지는 것을 근거로 꼽는다.



청계천 상인 한 모(59)씨는 "영세 상인에게 비싼 점포를 2~3개 나눠주면 매매를 안할 사람이 어디있겠냐"며 "이는 간접적으로 전매를 부추기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투자자들이 가든파이브로 몰려드는 사이 영세한 청계천 상인 대부분이 분양가가 비싸 입주를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까지 1순위 접수 결과 전체 6365개 중 1571개가 계약돼 계약률은 24.7%에 그친다. 계약률이 저조한 데 대해 상인들은 시가 지난 2005년 약속한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분양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청계천 상인은 "초기에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싼 분양가에다 대출 이자, 관리비까지 꼬박꼬박 내며 버틸 재간이 없다"며 "결국 가든파이브는 돈 있는 투기꾼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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