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 조기 긴축론 과장됐다"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9.06.1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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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발언 심리적 충격…채권금리 하루새 하락

1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한국은행이 향후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빠르게 인상할 수 있다는 '조기 긴축론'에 대한 반대시각이 채권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다.

전날 급등했던 채권금리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은 총재의 경기하강 종언 발언에 투자자들이 '과민반응'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방증이다. 금통위 후 채권가격이 폭락한 것은 심리적 충격의 결과란 분석이다.



중립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이성태 총재가 이번 금통위에서 이례적으로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겨냥한 발언을 하자 조만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해석한 측면이 강하다.

한은의 통화정책이 '완화'에서 '긴축'으로 한 발 더 다가선 것은 맞지만 연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통화정책 방향을 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최석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2003년 미국의 통화정책이 선회할 때 시장의 예상보다 약 1년 이상 늦어진 경험이 있는데 통화정책만으로 경기 회복을 담보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한은 총재도 글로벌 경기에 대해서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돈을 푸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지속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소비마저 위축될 경우 한은이 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긴 더 어려워진다.

최 애널리스트는 "더구나 2분기에 나타난 경기 회복 징후는 재정 지출에 따른 성장과 지난해말 금융시장 혼란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 이후의 회복 과정"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은 적어도 올해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근 한화증권 애널리스튼는 "금리 인상 시기가 당초 연내 동결에서 인상쪽으로 무게가 옮겨갔지만 소비나 내수 지표가 회복돼야 가능할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한은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각도 채권시장이 다소 왜곡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총재가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자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받아 들였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자금이 경기 회복과 맞물릴 경우 자칫 한은의 정책목표인 물가안정을 훼손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고, 곧 금리인상과 직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서철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은 총재도 수요측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의 없다고 했고 일부 물가 상승 요인을 인정하면서도 유가 등 상품가격이 폭등하지만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한은 총재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과장됐거나 자극적이지 않았음에도 이를 언급한 사실 자체에 채권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현재 유동성에 대해서도 '과잉'이라고 단언하지 않은 점도 되짚어 볼 대목이다. 서 애널리스트는 "유동성이 많은 것은 적극적 통화 완화정책의 당연한 결과물로 해석했고 순기능과 역기능 중에 후자만 부각시켜 정책변화를 검토하는 것은 균형 잡힌 시각이 아니라는 게 한은 총재의 의지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 시점을 조율하는 '조건부 인상'으로 선회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신동준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통화정책은 국내외 경제지표, 유가, 자산가격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속도에 맞춰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상황으로 변했고 조건이 충족되면 연내 금리인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플레 우려 조기 긴축론 과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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