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의 부동산 PF에 주목한다

더벨 길진홍 기자 2009.06.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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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우량 사업장 高금리 대출...중장기 실적개선 기여할까

이 기사는 06월09일(09:1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은행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살아날 조짐이다. 자본시장 경색으로 꽁꽁 얼어붙었던 올 초와 달리 최근 건설사와 은행 간 금융약정이 체결됐다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의 부동산 PF 실적이 두드러진다. 하나금융은 올해 SK건설의 청라지구를 시작으로 삼성물산 광교신도시, SK그룹 수원 SK케미칼부지, 화성산업 한강신도시 등 모두 6곳에서 4370억원 규모의 신규 PF를 기록했다.

올해 금융권 부동산 PF 건수가 극히 드물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결과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게다가 우리, 신한 등의 다른 시중은행 실적을 웃도는 것이어서 그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한 겹 안을 들춰보면 하나금융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올봄부터 은행권에서는 ‘부동산 PF는 지금이 적기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은행들은 잇따른 자본 확충으로 유동성이 넘치고 있었고, 서울 수도권 일대에는 우량 주택 사업장이 쏟아졌다.

PF 대출 금리도 10%에 육박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300~400bp 이상 높은 수치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금리는 5% 중후반을 맴돌고 있었다. 부동산 PF를 통해 발생하는 이자수익,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임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은행 내부에서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감히 누구도 금융권 부실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부동산 PF를 재개해야 된다고 말하지 못했다. 어렵사리 내부 승인을 얻는다고 해도 '금융 부실을 또 키우려고 한다'는 여론의 뭇매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신 은행들은 사후관리에 주력했다. 만기 도래한 기존 PF를 상환 받거나 일부를 2금융권에 떠넘기는 식으로 건설사 익스포저를 털어냈다.



대외적으로도 은행들은 건설·조선 구조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주채무계열 재무구조 개선약정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었다. 부동산 PF로 시선을 돌리기에는 아직 여유가 없었다.

덕분에 올해 부동산 PF는 일부 저축은행과 캐피털, 보험사들의 독차지가 됐다. 시중은행들이 자금 집행을 주저하는 우량 사업장이 속속 2금융권 손에 떨어졌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움직였다. 조직을 재배치하고, 우량 사업장 사냥에 나섰다. 지난 4월 2200억원 규모의 삼성물산 광교신도시 PF에는 금융 주관사로 참여했다. SK그룹의 수원 SK케미칼 부지 개발 사업에는 1000억원을 대출해 9% 중반대에 이자를 챙겼다. 입지여건이 좋고 시공사 크레딧이 좋은 사업장에 들어가 고금리 대출을 일으켰으니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중 은행들은 연체율 증가와 낮은 예·적금 금리 등으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상대적으로 건설사 익스포저에서 자유로운 하나금융이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하나금융이 우량 자산 위주의 선별투자에 나선다지만 실물경기 회복 속도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 할 경우 언제든 ‘우량 자산’이 ‘부실자산’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것.

이 같은 시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나금융 부동산 PF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근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2분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하다. 이는 부동산 PF 실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중장기 경영 성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분간은 실적만큼 불어난 건설사 익스포저를 끌어안고 가야 한다. 하나금융의 선택에 자꾸 눈길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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