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물량 주의보', 대어들 증자·IPO 줄줄이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06.0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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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금융지주 2.5조 등 대규모 증자 예정
- SK C&C, 포스코건설, 진로 등 대규모 IPO도 대기
- "수조원대 주식 물량은 주식시장에 부담되는 수준"


올 하반기 대규모 증자와 기업공개(IPO) 등으로 주식 물량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주식 공급량 급증이 주식시장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금융 (83,600원 ▲1,100 +1.33%)지주는 올 하반기 중 최소 20억달러(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의 자본확충 권유에 따른 것으로, KB금융지주는 조만간 국내 증권사 2곳을 포함해 총 6개 증권사를 유상증자 주관사로 선정할 예정이다.

대한전선도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자구책으로 추가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다. 대한전선은 유상증자와 사옥인 남대문 인송빌딩 및 안양부지 매각 등을 통해 연말까지 1조원대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공모금액이 수천억원 규모인 대어(大魚)급 기업들의 기업공개(IPO)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공모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SK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SK C&C가 빠르면 올 하반기 코스피시장에 상장한다. 공모 금액이 8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포스코건설도 하반기 상장을 추진 중이다. 공모 규모가 최대 5000억원 수준인 진로와 동양생명도 올 하반기 각각 상장을 준비 중이다.

STX팬오션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증자 계획은 갖고 있지 않지만,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증자 결의 권한을 이사회에 위임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필요할 경우 언제든 증자에 나서기 위한 포석이다.

한국거래소는 증자 결의 권한을 이사회가 갖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STX팬오션이 국내와 동시에 상장돼 있는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는 이를 주총 결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STX팬오션도 그동안 이 규정에 따라왔지만, 이번 주총을 통해 예외적으로 다음 정기 주총까지 주식 발행 권한을 이사회에 위임토록 정관을 개정했다.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은 "증자를 하겠다고 바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권한을 이사회에 위임하는 것일 뿐"이라며 "하반기 금융시장의 돌발변수 등에 대비해 위기관리 체제를 완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달 중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1180만주(7%)의 매각을 결의할 예정이다. 약 2000억원 어치에 해당하는 규모다. 매각 방식으로는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장외 일괄매매(블록딜)을 통해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상무는 "증자와 IPO 등을 통해 주식시장에 수조원의 물량이 새롭게 공급된다면 이는 시장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며 "새로 공급되는 주식 물량 만큼 새로운 돈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기존의 주식시장 자금이 물량을 소화하는데 쓰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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