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파산보호신청 후폭풍, 승자와 패자는?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06.0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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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자동차업계 지각변동 불가피…'中·러' 태풍의 핵으로 부상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보호신청이 자동차 업계에 몰고올 후폭풍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빅3' 예고된 몰락의 길을 걷다=미국은 지난 한 세기동안 전세계 자동차 산업을 주도해왔다. 이는 미국이 전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 자동차 '빅3' 막대한 내수를 바탕으로 자동차 업계 절대 강자로 자리잡았고,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을 삼키면서 공룡으로 자리잡아왔다. 1960년대는 최고 전성기였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방만한 경영, 강성 노조, 친환경·연료효율적 기술개발 외면 등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미국 자동차 업계는 1970년대 석유위기로 균열을 보이더니 결국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에 직면해 스스로 낙오자의 길을 걷게 됐다.



대제국이 멸망하고 각지에 군소 국가들이 탄생해 경쟁하기 시작한 것처럼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도 살아남은 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GM과 관련된 채권단, 딜러, 부품업체, 노조원 등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한마디로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 일대 지격변동이 발생한 셈이다.
GM 본사 사옥GM 본사 사옥


◇ 전세계 자동차 업계 지각변동…'승자'=이탈리아의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의 경영권을 손에 넣으며, 그토록 염원하던 미국 시장에 재진출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피아트는 GM 이후 자동차업계 태풍의 눈의 한가운데 위치해있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최고경영자(CEO)가 놀라운 경영 수완을 발휘하며 무너져가던 이탈리아 자동차 왕국 피아트를 극적으로 회생시킨 것처럼 무너져가는 크라이슬러를 우량 자산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피아트는 크라이슬러를 연료효율적인 소형차에 강점을 가진 경쟁력있는 업체로 재탄생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일본 토요타도 친환경 기술력을 바탕으로 무너진 자동차 왕국 GM을 제치고 전세계 자동차 1위 업체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친환경 기술을 등에 업은 일본 자동차 업체의 약진도 배후에 있다.

'산자이'(짝퉁)로 시작해 비난을 받았지만 나름대로 기술력을 다지며 착실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업계도 인수·합병(M&A)을 통해 중앙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의 바람속에 특히 주목할 것은 잠재 거인 러시아의 약진이다. 오펠과 박스홀 등 GM의 유럽 사업부문은 표면상으로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인수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이를 배후조종하고 자금줄을 댄 것은 마그나의 합작 파트너인 러시아 스베르뱅크다. 스베르뱅크는 오펠 지분 35%를 보유해 마그나의 지분 20%를 뛰어넘으며, 향후 또다른 합작사인 러시아 자동차업체 가즈(Gaz)를 통해 러시아에서 연산 18만대의 오펠 자동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러시아 자동차 업계 중흥이라는 노림수가 숨어있다.


미국 '빅3' 가운데 유일하게 파산보호신청 없이 독자 생존에 성공한 포드는 GM의 바통을 이어받아 미국 자동차 업계의 적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포드는 GM과 크라이슬러가 급격히 시장점유율을 잃고 있는 올해에도 대조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포드도 자금 압박에서 벗어나야 하는 등 문제가 산적했다.

◇ GM 이해 당사자들의 고통…'패자'=GM의 파산보호신청이 가져올 △ 투자자 △ 노조원(직원) △ 경쟁사 △ 딜러 △ 부품업체 등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투자자(주주, 채권단)들은 파산보호신청으로 가장 큰 손해를 입는다. 채권단은 주주들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채권단은 구조조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통해 270억달러 채권을 10% 지분으로 출자전환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주주들의 상황은 암울하다. 9년전 90달러에 거래되던 GM 주가는 지난달 29일 75센트로 떨어졌으며, 파산보호신청시 완전 감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미자동차노조(UAW)도 투자자에 버금가는 피해를 입게 된다. 6만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중 3만8000명을 내년까지 감축한다는 회사측 계획에 따라 GM의 직원 절반 이상은 곧 일자리를 잃게 된다. 그리고 은퇴후 건강보험기금도 삭감됐다. GM은 내년 말까지 14개 공장을 폐쇄한다.

딜러와 부품 공급업체 역시 고통을 면할 수 없을 전망이다. GM은 6000개에 달하는 딜러 중 2400개를 축소할 계획이며, 지금껏 1100개를 줄였다.



부품업체들도 공장이 폐쇄되고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연쇄 도산을 면할 길이 없게 됐다. 리어코프, 아메리칸액슬&매뉴팩처링 등은 이미 심각한 현금 부족을 겪고 있으며 메탈다인, 비스테온, 콘텍, 헤이즈레머즈인터내셔널 등은 이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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