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낙관론' 선봉에 선 UBS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9.06.0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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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박영암의 여의도 리포트

한국증시 '낙관론' 선봉에 선 UBS


지난 5월 중순 장영우 UBS증권 대표와 점심을 같이 했다. UBS가 올 들어 줄곧 한국증시에 대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던 터라 장 대표의 전망을 직접 듣고 싶어서였다.

장 대표는 기대에 부응하듯 "향후 한국증시에 대해 매우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경제가 내년에 인플레이션 없이 3%대만 성장한다면 한국증시는 매우 견고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레버리지(손익확대 효과)가 높은 한국기업의 특성상 GDP가 3%만 성장한다면 기업이익은 50% 이상 증가할 수 있어 한국증시는 양호한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장 대표의 설명을 구체화시킨 보고서가 바로 이다. 영어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이 보고서는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이에 근거해서 코스피 목표주가를 올리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특히 3월 이후 한국증시의 상승흐름을 당시 여의도의 지배적 견해인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속의 일시적인 상승)'보다 한단계 진일보한 '경기순환적 랠리'(Cyclical Rally)로 주장해 시장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UBS의 주장은 북한 리스크가 부각되기 전까지 코스피지수가 1400대에 안착하고 1500 고지에 도전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국내외 시장참가자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얻었다. 외국인들이 5월15일 이후 28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보이면서 공감대를 넓혀나갔다.



일반적으로 증시의 순환적 흐름은 베어마켓 랠리, 경기순환적 랠리 그리고 장기적인 상승국면인 '대세상승'(Secular Bull Market)으로 진행된다. 경기순환적 랠리는 단순히 돈(유동성)의 힘이 아니라 거시경제 지표와 기업실적에 뒷받침된다. 향후 수년간 진행될 '대세상승'의 초입단계로 평가된다. UBS는 한국증시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12개월 목표지수도 1650으로 올려 잡았다. 이는 외국계 증권사 중에서 최고 높은 것이다.

UBS가 여의도 주류 견해와 선을 긋게 된 계기는 4월 하순 발표된 1분기 GDP(국내총생산)가 기대 이상으로 나오면서다. 1분기 한국경제는 지난해 4분기 대비 0.1% 성장했다. 이에 UBS는 한국경제가 1분기에 바닥을 찍었다며 2010년에는 3.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의 바닥권 탈출 판단은 한국증시에 대한 한층 낙관적인 시각변화로 이어졌다. 즉 코스피지수가 GDP보다 한두분기 앞서 움직이기 때문에 올 하반기와 내년도 플러스 성장을 감안하면 최근 한국증시 상승은 과잉유동성이 아닌 펀더멘털을 선반영하고 있다는 게 UBS의 입장이다.


경기선행지수의 3개월 연속 상승과 소비심리,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들의 개선도 이런 논리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됐다. 급격한 기업실적 개선 기대감도 '순환적 경기랠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UBS는 기업이익이 예상대로 증가할 경우 한국증시가 고평가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코스피지수가 1650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 같은 UBS의 관측은 펀드매니저 사이에도 많은 지지자를 확보했다. 특히 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미래에셋의 주력펀드인 '디스커버리'와 '인디스펜던스'를 자산운용업계의 간판펀드로 키웠던 박 대표는 5월 중순 MTN(머니투데이방송)에 출연해서 '경기순환적 랠리'를 주장했다.



그는 "국내증시와 가장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기선행지수가 15개월 만에 반등했고 제품재고 감소, 제조업 가동률 상승 등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본격적인 상승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거래량 회복, 총통화(M2) 증가 등 경제지표 개선과 함께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추가 상승을 낙관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박 대표는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이 수출 두자릿수 감소, 실업자 100만명, 금융부실 우려 등을 이유로 추가 상승에 회의적이지만 이들은 주가의 후행지표기 때문에 오히려 최악의 실물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지금이야말로 주식투자의 적기"라며 상승장에 대한 강한 확신을 나타냈다.

한종석 KTB자산 주식운용본부장도 "비록 북한 리스크 때문에 조정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실적이 예상보다 좋아 한국증시는 '유동성 랠리'의 단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기업들을 탐방한 결과, 2분기에도 기업실적이 주가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JP모간도 힘을 보태고 있다. JP모간은 5월 중순 "글로벌 경기침체가 올 중반쯤 바닥을 찍은 후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과거 경험에 비춰본다면 글로벌 경기침체가 마무리된 이후 주식 채권 상품 등 자산시장은 강세장을 연출했다"고 주장했다.

즉 예상보다 견고한 글로벌 소비지출과 글로벌 차원의 기업 재고확충 수요, 중국 등 신흥시장의 내수부양책 등에 힘입어 글로벌 경제가 올 중반기 이후 바닥권을 벗어나면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증시가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가 여전히 '베어마켓 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여전하다. UBS의 경기순환적 주장이 경기회복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에 기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실적 개선도 너무 앞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이채원 한국밸류자산 부사장은 최근 국내증시의 상승추세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이 부사장은 "3월 이후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랠리는 낙폭과대와 풍부한 유동성, 하반기 바닥탈출 기대감 등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라 지속성을 장담하기 힘들다"며 "향후 한국증시가 기업설비조정과 소비둔화로 1년 이상 장기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물론 장기조정을 거친 후 본격적인 상승에 진입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덧붙였다.

이종우 HMC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성급한 대세상승론'을 경계한다. 이 센터장은
"1400대가 고점이며 추가 상승보다는 조정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북 리스크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칠 경우 1000 초반으로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그는 "증시 급등은 경제위기 이후 언제나 있어온 현상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60% 이상 급등했고, 대우채사태 등 위기 시에도 40% 전후의 반등이 있었다"며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저점에서 코스피지수가 40% 이상 치솟은 현재 상황에 취해 무작정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주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증권사 중에서는 모건스탠리가 '베어마켓 랠리'론을 강조한다. 박찬익 모건스탠리 전무는 "한국경제와 주식시장이 강한 침체는 벗어났지만 기관자금이 유입되지 않고 있고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지 않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특히 박 전무는 올해 실적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적개선에 근거해서 추가 상승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들 신중론자들은 북 리스크의 부각으로 코스피지수가 1350대로 후퇴하면서 한층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흔들림 없이 순매수를 유지하고 기관들이 저가매수에 가담할 경우 UBS의 주장은 다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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