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은 파격적이라기보다 절제된 느낌이다. 다소 심심할 수는 있지만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그릴이 다이내믹한 느낌을 살려 온오프로드를 두루 누비는 역동성을 표현했다. 전면부에 강렬히 박힌 '세꼭지별'은 벤츠의 자존심을 확실히 드러낸다.
시동을 거는 순간 디젤엔진의 묵직한 소리가 세단이 아닌 SUV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벤츠가 자랑하는 디젤엔진 CDI는 탁월한 주행성능에 고연비, 정숙함을 두루 갖췄다.
연비는 9.3km/ℓ로 2톤을 훌쩍 넘는 공차중량에 비해 괜찮다. 특히 실제 도심 주행에서 이 표시 연비가 거의 그대로 혹은 그 이상 지켜져 인상 깊었다.
그렇다고 일본 세단처럼 마냥 조용하지는 않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으르렁' 거리는 엔진음도 적당히 낸다. 독일 차의 'DNA'가 안락함 속에 적당히 섞였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기어변속기는 다른 벤츠 고급 모델과 마찬가지로 핸들 오른편에 달렸다. 손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팔 전체를 움직이지 않고 손목만 까딱 거리며 '전진'과 '후진', '파킹'을 선택할 수 있는 게 더 편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핸들링은 적당히 무겁고 서스펜션도 가볍지는 않다. 시속 100km가 넘어가며 일단 속도가 붙으면 가속능력도 괜찮다.
다만 BMW나 인피니티 SUV에서 느낄 수 있는 강한 '응답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지 상태에서나 저속에서 끝까지 가속페달을 밟아도 쉽게 속도가 붙지는 않는다. 'ML280 CDI'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9.8초로 8초대의 SUV에 비하면 다소 굼뜨다.
하지만 이는 능력의 차이라기보다 지향점이 다른데 원인이 있는 듯하다. 스포티하면서도 안정적이고 거기에 고급스러움까지 갖춘 SUV는 벤츠 외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가격은 799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