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오랫만에 보는 '낯선' 풍경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5.2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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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커진 증시..외국인 매매·20일 이평선 회복 주목

오랫만에 보는 낯선 풍경이다.

코스피지수는 21일부터 26일까지 나흘 연속 하락했다. 4일 연속 하락은 코스피지수가 1200선에서 1000선으로 주저 앉았던 지난 2월 이후 볼 수 없었다. 코스피지수는 심리선으로 불리는 '2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했다. 한달여 만이다. 증시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VKOSPI, 즉 변동성지수는 나흘 연속 상승했다. 이 또한 증시가 패닉에 빠졌던 지난해 10월말 이후 처음 보는 풍경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80조원이 무너졌다. 지난 3월20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지수선물 시장에서 1만2000계약 넘게 순매도하며 6월물 선물에 대한 누적 포지션을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전환시켰다. 굳이 따지자면 지난 3월12일 만기일 이후 처음이다. 프로그램은 이틀간 1조원 넘는 매물을 쏟아내면서 매수차익잔고가 6조6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 3월10일 이후 가장 낮다.



분명 시장에 '변화의 에너지'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다. 북핵 등 정치적 변수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하지만 증시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라는 점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시장은 심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안할 때 나타나는 악재의 영향력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다. 관건은 확대된 변동성이 추세를 바꿀 수 있느냐다.

다행히 하루 쉬었던 뉴욕 증시는 26일(현지시간) 급등했다. 북핵 등 아시아 증시 하락의 여파로 약세로 출발했지만 '소비심리'의 서프라이즈로 인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닷새만의 반전이었다. 다우지수가 2.37%, S&P500지수는 2.63%, 나스닥지수는 3.45% 각각 올랐다.



악재에 묻혀 버렸지만 같은 날 발표된 국내 5월 소비자심리지수도 1년만에 기준치인 '100'을 상회(100을 상회하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음을 의미)했고 신용카드 이용건수는 하루 1200만건을 돌파했다.

경기회복의 징후가 실제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민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지표들이다. 다만 심리의 개선을 실제 소비의 증가로 바로 연결지을 수는 없다. 실제로 지난 13일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매판매는 예상을 뒤엎고 감소세를 지속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며칠간의 증시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주목하는 변수들은 다양하다. 우선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전일 현물시장에서 꾸준히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물시장에서는 대규모 매도 공세를 펼쳤다. 9개월여만의 최대 매도였다. 외국인들의 선물 대량 매도가 현물 순매수에 대한 보험(헤지)인지 아니면 투기적 하락 베팅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헤지이든 베팅이든 상승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서준혁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1만 계약을 넘었던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 다음날 선물지수가 하락할 확률이 3/14에 불과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통계지만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도가 추세적인 방향성 전환으로 이어진 사례가 존재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지수대에서 강하 반등이 나타나야 기존 추세에 대한 신뢰가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하나는 지지선이다. 그동안 우리 증시는 20일 이평선을 지지선으로 움직여 왔다. 20일 이평선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느냐도 관심사다.



그리고 월말에 집중적으로 발표되는 각종 거시지표와 뉴스도 주목해야 한다. 거시지표들은 양호할 것이라는 예측이 컨센서스이지만 뉴스가 지표의 영향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 전날 발표된 국내 소비자심리지수 등은 '때를 잘못 만나'(우리 정부의 PSI 전면 참여,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 등) 힘을 쓰지 못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당분간 뉴스에 따라 움직이는 뉴스 장세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 크다"며 "월말 국내외 경제지표들이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뉴스의 영향력을 줄여줄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뉴스의 힘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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