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2.0] 금융인 보수 과도한가

이진수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09.05.25 09:27
글자크기
[경제2.0] 금융인 보수 과도한가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은행 및 보험사 등 금융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높은 보수를 받는다는 비판이 종종 제기되었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보험회사인 AIG가 파산을 모면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1억6500만달러를 임직원에게 보너스로 지급하려 한 데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보수는 얼마나 많은 것일까요. 미국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받는 임금의 장기추세를 연구한 논문(Philippon and Reshef, 2009, 'Wages and Human Capital in the U.S. Financial Industry', NBER)에 따르면 1909~33년 기간에 금융업 종사자의 평균임금은 비금융업 종사자에 비해 50% 정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30년대 중반 이후 금융업 종사자의 상대적인 임금은 계속 하락해 1980년에는 비금융업 종사자의 임금과 비슷한 수준이 됐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금융업 종사자의 임금은 다시 상승추세를 보였고 2006년에는 비금융업 종사자 임금의 1.7배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상대적인 임금이 변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동 연구에서는 정부의 규제 변화를 가장 큰 요인으로 거론합니다.



미국의 경우 20세기 초반에는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었으나 대공황을 겪으면서 1933~34년에 걸쳐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영금지 등 각종 규제가 도입됩니다. 이후 동 규제들은 계속 유지되다 1980년부터 이자율 상한이 폐지되는 등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들이 완화 또는 폐지가 됐습니다.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가 적을 경우 경험이 많고 능력이 우수한 사람들이 보다 혁신적인 기법을 금융에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생산성이 향상됩니다. 이러한 생산성 향상에 따라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상대적인 임금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업의 주식과 채권 발행 규모의 변화도 금융업 종사자의 상대적인 임금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컨대 기업이 주식을 최초로 발행할 경우 동 주식을 평가하는 것은 기존 주식을 평가하는 데 비해 어렵습니다.


따라서 최초로 발행되는 주식을 평가하는 금융업 종사자에게는 보다 높은 수준의 지식과 능력이 요구되고 이들의 보수 또한 높아집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최초 주식발행이 가장 활발하던 시기는 1900~30년과 1970년대 이후로 금융업 종사자의 상대적인 임금이 높았던 시기와 대체로 일치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들에도 불구하고 동 연구에 따르면 최근 금융업 종사자의 상대적인 임금은 지나치게 과도한 수준입니다. 예컨대 2000년대 들어 금융업 종사자가 비금융업 종사자들과 동일한 학력 및 숙련도 등을 보유한 경우에도 금융업 종사자의 임금이 비금융업 종사자보다 3~40% 정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금융업 종사자들의 상대적인 임금이 최근 과도히 높은 것과 대공황시 규제 도입 이후 하락추세를 보이던 점 등은 앞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재규제에 따라 금융업 종사자들의 상대적인 임금수준이 낮아질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이러한 재조정이 바람직한가 여부는 금융이 경제 전체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