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치 하락, 외환당국 해법은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도병욱 기자 2009.05.2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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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한은, 수급 안정에 무게

원/달러 환율의 하락 움직임을 가속화할 또다른 복병이 등장해 외환당국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금융위기 국면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로 한동안 강세를 보이던 달러가치가 미국 실물경제에 부정적 기류가 나타나면서 최근 뚜렷한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금융위기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지난달 중순 이후 달러/유로 환율은 상승세를, 엔/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모두 달러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특히 지난 21일 이후 달러가치 하락세는 가파르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3 ~ -2%로 하향 조정하면서 미국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22일에는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푸어스(S&P)가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하자 미국의 신용등급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21일 이후 이틀 연속 1% 이상 상승했다. 22일 종가는 1.3957달러로 올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글로벌달러인덱스(DXY)도 22일 79.958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점을 돌파했다.

최근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던 상황에서 글로벌 달러 역시 하락세를 보이자 시장의 관심은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에 쏠렸다.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환율 하락폭을 줄이기도 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2원 하락한 1247.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단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 하락을 억지로 막기보다 수급 안정에 더 무게를 둔다는 분위기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한 강연에서 "올해 경상수지가 200억달러가 넘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외환시장은 안정을 구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수요·공급 차원에서도 외화가 시장에 공급되고 있어 외환시장은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한은이) 지난 4월 22억달러를 매입해 환율 하락을 막았다"는 일부 분석에 대한 해명자료를 배포하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통상적으로 개입 여부 등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외환당국이 해명자료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에 개입 여부를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한편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은행권에 공급한 달러자금을 회수하는 등 보유 외환을 이용한 외화자금 공급을 당분간 중단키로 했다.



외환당국이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지난해 상반기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 원/달러 환율의 인위적인 방향틀기에 나섰다가 하반기 이후 금융위기 등으로 달러 부족 사태가 빚어지면서 이중 충격을 입은 데 대한 반성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일본 등이 외환시장 개입에 거리를 두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 요사노 가오루 일본 재무상 겸 경제재정상은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엔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중이지만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은 일단 외환수급이 안정세지만 대외적인 충격에 직면하면 흐름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관망세를 기조로 수출기업 등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와 금융계에서 급격한 원/달러 환율 하락을 우려하는 것은 부담요인이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금융위기는 다소 진정됐지만 기업실적 악화 등 실물부문의 충격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환율 효과로 버티는 기업들에는 1200원대 이하로 환율이 떨어지면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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