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쇄파업'첫날 ..쌍용차 노사 '엇갈린 행보'

평택(경기)=박종진, 김보형 기자 2009.05.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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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봉쇄 "결사항전"..사측은 "해고 예정대로"

↑ 22일 평택공장 정문을 컨테이너로 봉쇄하고 있는 쌍용차 노조원들 ⓒ이명근 기자↑ 22일 평택공장 정문을 컨테이너로 봉쇄하고 있는 쌍용차 노조원들 ⓒ이명근 기자


#. 22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5,500원 ▼150 -2.65%) 평택공장. 전날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 노조가 지게차를 이용해 컨테이너 박스를 2단으로 쌓아 정문을 막았다. 공장문을 걸어 잠그는 이른바 ‘옥쇄파업’의 출발이다. 노조는 “정리해고는 곧 살인”이라며 비장한 표정으로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 같은 날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제1차 관계인집회. 채권단을 비롯한 관계인들은 삼일회계법인의 기업가치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쌍용차 실사결과를 들었다. 쌍용차 경영진들은 이날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차질 없는 구조조정이 필수”라며 “해고인원 감축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에서 같은 날 벌어진 상반된 풍경이다. 노조는 "정리해고 철회 없이는 투쟁을 멈출 수 없다"고 한 반면, 사측은 "인력 감축 없이는 회사의 미래도 없다"고 맞섰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평택공장 본사 앞 단결광장에서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3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고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한상균 지부장은 "정리해고는 곧 살인"이라며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어 생존을 위해 결사항전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4년 동안 신차개발 하나 제대로 하지 않은 대주주 상하이차의 지분을 소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지난해 말부터 상하이차의 경영책임 논란 등으로 빚어진 노사마찰이 사측의 법정관리 신청에 이어 마침내 노조의 전면파업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도달했다.

현 정권의 압박을 받고 있는 민주노총은 올해 첫 대규모 옥쇄파업을 반격의 기반으로 삼을 태세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최근 수년간 후퇴를 거듭해온 민주노총이지만 이제는 바닥을 치고 올라갈 때"라며 "화물연대 등 투쟁하고 있는 모든 조합원들이 연대해 쌍용차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 22일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죽봉으로 붉은 깃발을 만들어 들고 있는 '선봉대' 조합원들 ⓒ이명근 기자↑ 22일 쌍용차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죽봉으로 붉은 깃발을 만들어 들고 있는 '선봉대' 조합원들 ⓒ이명근 기자
이날 평택공장의 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비장했다. 사측이 지난달 2646명에 대한 정리해고 방침을 밝힌 때부터 대규모 충돌은 이미 예견된 만큼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선봉대'로 활동하고 있는 조립 1팀 소속 한 조합원은 "장기휴무로 4개월 째 일손을 놓고 있다"며 "청춘을 바친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내쫓기게 됐는데 남은 선택은 없다"고 밝혔다.

죽봉을 깃대삼아 만든 붉은 깃발을 든 조합원들 사이로 철모르는 어린아이들이 '울 아빠 일자리를 지켜주세요'라고 적힌 연두색 티셔츠를 입고 뛰어다녔다. '쌍용차가족대책위원회' 소속 전은숙씨(36)는 "비정규직인 남편은 3월부터 강제휴업 조치를 당했다"며 "하루 속히 해결책이 나오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 우선 사측의 인력 구조조정 방침은 확고하다. 이날 서울지법에서 열린 1차 관계인 집회에 참석한 최상진 쌍용차 기획담당 상무는 "해고인원 감축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회사는 정리해고를 전제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2500억원의 지원을 받아내 2~3년을 버티며 매각자를 찾는다는 전략이다. 이날 열린 1차 관계인 집회에서도 경영진은 참석한 협력사와 시중은행 등 채권단과 법원에게 정리해고를 당연한 전제로 놓고 회생계획을 설득했다.

9월에 열릴 2차 관계인 집회까지 구체적 회생계획안이 마련될 예정이지만 쌍용차 노조의 옥쇄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생산직 2명 중 1명꼴로 해고를 당하게 된 쌍용차의 파업은 정치논리를 떠나 전형적인 '생계형 파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극한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가능한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정부를 비롯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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