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아가는 與野…'실용주의 전성시대'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9.05.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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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민주당, 경제정책 방향 놓고 '수렴현상' 보여

-한나라당은 분배에, 민주당은 성장에 관심 높여
-정권 재창출을 위한 생존전략 차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수렴현상'을 보이고 있다. 모이는 중심에는 '실용주의'가 놓여 있다.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은 분배 쪽에, 진보정당인 민주당은 성장 쪽으로 다가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4·29재보선 참패 이후 쇄신작업을 펼치고 있다. 참패 이유, 쇄신 방향 등을 놓고 획기적인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정책의 초점과 추진 방법에서 '자충수'를 뒀다는 반성이 나왔고 민심을 얻기 위한 방향 수정에 나섰다.



민주당도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당 정책 방향에 대해 대대적인 쇄신작업에 들어갔다. 4·29재보선 과정에서 노출된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혁신책을 모색하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간 갈등 속에서 새로운 비전과 좌표 설정으로 화합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실용주의' 전성시대=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측은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강부자(강남지역 부자) 등 가진 자들이 고통 분담해줘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만 강조하고 분배에 소홀할 경우) 자칫 위화감 조성의 가능성이 있고 이는 경제정책 문제가 아니라 사회 대치 형국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측은 또 "어려운 여건에서 '성장이나 분배냐'는 이분법적 사고는 무의미하다"며 "당내에서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에 보다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경환 의원은 "앞으로 경제정책 추진에서 좀더 국민을 배려하고 소외계층을 껴안는 쪽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성장이냐 복지냐라는 이념논쟁은 철 지난 얘기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종구 의원은 "노무현 전 정권은 5년동안 분배정책을 펼치며 종합부동산세 등 왜곡되고 편향된 정책들을 실시했다"며 "한나라당은 이를 바로잡고 서비스·대체에너지 등에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주력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분배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장과 분배 간 경제정책 초점에서 이제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좌우 이념보다는 실용주의로 바뀌고 있고, 이는 잘 되는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한나라당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이 최근 여론조사한 결과 정부 정책에 대해 응답자의 77%가 '국민 의견과 동떨어진 일방통행식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정책 기조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부자나 기득권층을 더 대변하고 있다'는 응답이 68.8%로 높게 나왔다. 이 두 가지 응답은 계파갈등과 더불어 한나라당이 4·29재보선에서 완패를 당한 이유 중 핵심으로 지목된 사안이다.

뉴민주당플랜을 작성중인 민주당은 보수와 진보(좌우 이념)를 벗어나는 탈이념과 당 현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는 '제3의 발전모델'이 필요하다는 것. 사회양극화를 극복하고(분배) 경제성장과 사회통합을 동시에 달성하는(성장) 국가 발전전략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초점 이동에 따른 갈등도 상존한다. 당초 '지속가능한 성장', '모두를 위한 번영'을 2대 비전으로 검토했지만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함께 하는 공동체'를 3대 가치로 정했다. 이와 관련 '성장', '번영'이란 단어를 적시할 경우 당 색깔이 훼손되거나 모호해질 것이란 의견이 강력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해무드 조성되나= 여당과 제1야당에 실용주의 성향이 확산될수록 '닮은꼴'이 늘어날 전망이다. 갈등과 대립보다는 타협을 위한 공간이 생길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두 당이 워낙 대척점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실용주의로 수렴된다해도 기조와 방법론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경환 의원은 "(한나라당의) 기조변화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고 장기 정책추진 과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며 "다만 10년동안 (진보진영에서) 진행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속도전을 펼치면서 생긴 문제를 바로잡는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방법론에서 차이를 지닌다"며 "한나라당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이란 인식 아래 민간 자율을 존중하는 반면 민주당은 (비록 목표가 같더라도) 시장이 불완전한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현재 정세균 대표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뉴플랜 작업은 초안일 뿐 아직 당내에서 본격 검토단계를 거치지 않았다"며 "현재 작성된 초안을 놓고 의원간 논쟁의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진보정당으로서의 색깔을 다시 정의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당내 이념논쟁이 비로소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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