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고금리 예금 '부메랑'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5.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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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순손실 속출, PF 부실채권 매각도 부담 작용

저축은행들의 실적이 올들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매각하면서 그간의 잠재부실이 손익에 반영된 데다 고금리 예·적금 유치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기순손실 속출=17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대형 저축은행이 2008회계연도 3분기(2009년 1~3월)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 손실규모는 △부산저축은행 562억9093만원 △솔로몬저축은행 (0원 %) 151억905만원 △HK 저축은행 84억5100만원 △한국저축은행 (0원 %) 13억6134만원 등이다. 반면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토마토저축은행은 각각 47억8408만원과 98억5500만원의 순익을 올리며 최근 공격적인 외형확장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

◇PF부실채권 매각·고금리 예금 부담=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올들어 실적이 부진한 것은 우선 부동산PF 부실채권을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매각하면서 잠재부실을 현실화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저축은행업계는 1조2400억원어치의 PF채권을 캠코에 매각했다.



저축은행들의 '대출채권평가 및 처분손실' 규모는 △부산 468억원 △솔로몬 332억원 △HK 210억원 △한국 156억원 등으로 집계돼 PF부실채권 매각이 실적에 큰 부담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난 2분기(지난해 10~12월) 동안 대형사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며 예·적금을 유치한 것도 실적 악화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들 대형사는 당시 연 8~9%대 고금리 예금을 경쟁적으로 유치한 탓에 이자비용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40%가량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저축은행들의 대출 잔액이 되레 줄면서 이자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105개 저축은행의 대출잔액은 모두 54조3248억원으로, 지난 연말보다 0.6% 감소했다. 대출잔액이 줄어든 것은 2000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비용이 증가했음에도 대출잔액이 감소한 것은 저축은행들이 고금리로 확보한 자금을 제대로 굴리지 못했다는 의미"라면서도 "PF부실채권 처분으로 발생한 손실은 언젠가 반영해야 할 대목이어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BIS비율 양호, NPL비중 상승=대형 저축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대체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 3월말 현재 BIS비율은 △솔로몬이 3개월새 2.93%포인트 오른 11.73% △한국은 0.84%포인트 상승한 10.21% △부산은 1.01%포인트 하락한 8.62% △현대스위스는 0.87%포인트 내린 8.26% △토마토는 0.22%포인트 낮아진 8.20% △HK저축은행은 2.02% 오른 8.05% 등을 기록했다.

이중 HK저축은행과 부산저축은행은 3분기에 각각 309억700만원과 294억1500만원어치의 후순위채권을 발행, BIS비율을 끌어올리거나 하락폭을 줄였다. 지난 연말 대부분 저축은행이 실시한 자산재평가도 BIS비율 개선에 힘을 보탰다.

무수익여신 비율은 대부분 저축은행에서 1~2%포인트가량 상승해 대출자산 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PF부실 부담을 턴 만큼 회계연도 4분기(올 2분기)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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