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배배~졸졸~남산, 자연품에 안기다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2009.05.13 09:13
글자크기

녹색혁명, 서울이 바뀐다 <상>남산르네상스

편집자주 서울을 녹색으로 개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개발시대를 거치며 훼손해온 서울을 건강하고 인간 중심적인 도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다. 자연환경과 경관을 제 모습 그대로 복원하고 생태와 역사가 살아 숨쉬며 만인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변화의 손길은 서울을 대표하는 한강·남산에서부터 동네 뒷산까지 주변 곳곳에서 느껴진다. 여기에는 '자연성 회복'에 대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의지가 담겨있다. 머니투데이는 세계가 부러워할 녹색도시로 거듭나는 서울의 변화 모습을 심층적으로 짚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남산예장자락(왼쪽)과 장충자락 조감도 ↑남산예장자락(왼쪽)과 장충자락 조감도


'우리 소유 건축물을 우선 철거합시다.' '멀쩡한 건물을 없애자니 아깝습니다.'
올 초 서울시 시장단 회의에선 시 소유의 남산 건축물 철거 여부를 놓고 논쟁이 가열됐다. 남산르네상스 실천을 위해 건물을 철거하자는 의견과 계속 활용하자는 의견이 맞선 것이다.

몇달째 끌어온 지리한 공방 끝에 결국 남산의 생태 회복이 우선이라는 데 결론이 모아졌다.



서장은 시 정무조정실장은 "명동에서의 진입 개선과 생태성 회복을 위해 남산자락에 벌레 파먹듯이 입지한 건축물 철거가 불가피하다"면서 "산 능선을 중심으로 서울 성곽 및 생태경관보존지구 내 위치한 운동시설과 편의시설도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2449㎡ 부지의 균형발전본부를 시작으로 2011년까지 남산별관(1만2219㎡), 소방재난본부(2074㎡), TBS교통방송(1962㎡) 등 남산자락을 잠식한 서울시 소유 건축물이 차례로 헐린다. 이들 건물은 현 시세 가치로 218억원에 이른다. 직원들은 서울시 신청사와 상암DMC로 이전하기로 했다.



철거지역에는 산자락을 복원하고, 남산 접근 관문인 별빛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지하공간엔 관광버스 등을 위한 100대 규모의 주차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맑고 매력있는 세계도시 서울'을 위한 선도 사업으로 '남산 르네상스' 종합계획안을 내놓았다. 남산을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도심 속의 공원관광지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생태복원 △산자락복원 △역사복원 △경관개선 △접근성개선 △다양한 관광프로그램 운영 등 6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또 장충 예장 회현 한남 등 4개 자락과 N서울타워 주변에 대한 자락별 계획을 수립했다.


◇남산, 물흐르는 산으로 바뀐다

시 추진전략에 따르면 앞으로 마른 서울 남산에서 졸졸 흐르는 물을 볼 수 있게 된다. 남산은 서울의 허파 역할을 하지만 현재 실개천 하나 없는 마른 산이다.



이에 시는 북측산책로~한옥마을 1.3㎞ 구간과 북측산책로~장충단공원 2㎞ 구간에 실개천을 만들기로 했다. 또 신약수매점 등 남산 곳곳에 3개의 작은 계곡과 20개의 자연형 물웅덩이를 조성해 남산을 친수 공간으로 꾸미기로 했다.

물길 조성 사업의 가장 큰 난제는 '수원(水源)' 확보였다. 서울시 물관리국 직원들은 그러나 이 문제를 간단한 아이디어로 해결했다.

남산 한옥마을 내에서 홍수 방지용으로 시공 중인 7000㎥ 크기의 빗물저류조를 방류가 가능한 다목적 시설로 바꿔 평소 빗물을 가둬 놓았다가 물길의 수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짜낸 것이다.



아울러 남산 인근의 지하철역인 충무로역과 명동역에서 솟아오르는 지하수를 끌어올려 수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내년 초 이를 위한 시설 공사가 완료되면 남산 순환산책로를 따라 만들어진 마른 실개천에는 물이 흐르게 된다.
↑녹지 복원 뒤 회현지구 조감도↑녹지 복원 뒤 회현지구 조감도
◇ 옛 모습 찾는다…성곽· 봉수대 복원

시는 남산의 역사·문화 유산을 살려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계획이다. 시는 일제에 의해 훼손된 서울성곽 미연결 부분을 복원하고 성곽길을 따라 탐방로를 조성한다.

또 현재 1곳의 봉수대를 5곳으로 확장·복원하고 백범동상, 소월시비, 유관순동상 등 24개 동상기념비를 재정비한다. 장충단 터는 근대역사 교육의 장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남산 일대에 산재한 아까시나무 등 외래종을 제거하고 남산의 상징인 소나무 숲을 현재 2곳 18.5㏊에서 5곳 37.65㏊로 확대하기로 했다.

장충단공원은 이준 열사 등 항일 인사들의 동상 및 기념비와 연계된 근대역사 교육장으로 탈바꿈한다.

◇시민들이 찾고 즐기는 남산



시는 남산을 5대 지구로 나눠 회현.예장.장충.한남 등 4개 지구를 자연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N서울타워 주변을 서울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꿔 나가기로 했다.

남산 접근성도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남산 3호 터널 시내 쪽 입구에서 남산케이블카 승강장까지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신설하고 케이블카 용량도 38인승에서 48인승으로 늘려 교통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기존의 2개 순환버스 노선도 지하철과 버스, 주차장을 연계한 남산전용 셔틀버스로 바꾸기로 했다.

남산(높이 262m)의 95m 이하 산자락에는 보행.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여 시민들의 생활공간으로 키우고, 95~200m의 산 중턱은 생태환경 보호.복원을 위한 공간으로 지정해 개발을 억제하기로 했다.



또 200m 이상 산마루에선 스카이라인을 해치는 부적격 시설물을 철거해 서울의 모습을 전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광역적으로는 북한산~남산~용산~관악산으로 이어지는 남북 녹지축을 만들고 한강과의 연계성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