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팀 지고 마케팅팀 뜨고… 달라진 세태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05.0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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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공채시험에 1등으로 합격한 박모씨. 모두가 회사의 최고 엘리트 부서인 전략기획부에 자원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예상을 깨고 홍보부를 택했다.

경력 관리에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략기획부로 갈 경우 경영진으로부터 인정받고 사내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지만, 자신만의 경력을 쌓아 이직 때 활용하기에는 불리하다는 것이 박 씨의 생각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민간 기업의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인기부서의 순위가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선호부서였던 전략기획, 인사 파트 등의 인기는 떨어지고 홍보, 마케팅, 해외영업 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 회사에 뼈를 묻는다는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면서 사내에서 출세하는 것보다 이직 또는 자기개발에 유리한 부서를 택하는 분위기가 강해진 때문이다.



포스코 인사팀 관계자는 "사무직 사원들의 경우 과거에는 회사에서 대우받는 기획팀, 인사팀 등이 인기 부서였지만 지금은 마케팅, 원료구매, 해외영업 부서에 대한 인기가 압도적"이라며 "자신만의 고유한 업무를 맡아 경력과 전문성을 쌓을 수 있고, 해외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선호 대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출세 코스인 전략기획부, 인사부의 경우 힘들게 일하면서도 개인적인 성과로 남길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측면이 있다. 반면 홍보, 마케팅부의 경우 폭넓은 사내외 교류와 전문성을 발판으로 이력서에 자신만의 경력과 성과를 써넣는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다.

대외 접촉이 많기 때문에 회사 밖에서 이직을 모색하기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해외영업의 경우 해외생활을 경험하면서 외국어 실력을 기를 수 있는 매력까지 더해진다. 전자, 자동차, 조선 등 국내 간판 산업 분야에서 특히 해외영업에 대한 인기가 높다.


은행의 경우 세태의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약 5∼6년 전까지도 은행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서는 인사부,기획부,비서실,검사부 등 이른바 '인·기·비·검'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인·기·비·검'이 비인기 부서로 바뀌었다. '비·인·기·검'이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온다. 대신 돈이 되거나 경력관리에 도움이 되는 기업금융(IB), 프라이빗뱅킹(PB), 외환 트레이딩, 상품개발 부서가 인기 부서로 떠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전략기획부, 인사부와 같은 전통적인 엘리트 코스를 선호하는 직장인들도 많다.



두산그룹의 한 관계자는 "핵심 기획·관리 부서 대신 마케팅, 해외영업 등의 파트로 가길 원하는 직원들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 다 그런 것은 아니다"며 "최고경영자(CEO) 등을 꿈꾸는 야망 있는 젊은이들은 여전히 전략기획부를 최우선으로 지망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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