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래도 높은 물가, 경기 회복되면?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09.05.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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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수산물 12.2%↑ 등 세계최고 수준… 환율 하락지속도 의문

-공급 달리며 농축수산물 급등
-택시·전기 등 공공요금도 '들썩'
-풀린 유동성·유가상승 등도 우려

최근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호전되는 등 경기 회복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물가당국의 시름은 반대로 깊어지고 있다.

저금리에서도 고물가 트렌드가 지속돼온데다 바닥을 기던 경기가 기지개를 펴면서 잠복했던 물가가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기에 유동성 관리에 실패할 경우 물가가 최대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커지는 물가 불안요인=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6% 올랐다. 특히 농축수산물은 12.2% 수직상승했다.



배추는 1년새 44.6% 올랐고 양파와 참외는 각각 47%, 25.9% 상승했다. 고등어는 54.6% 상승했고 닭고기와 돼지고기는 각각 33.4%, 27% 상승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은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지난해 농산물가격이 하락하면서 재배면적이 줄었고 환율 상승으로 수입도 줄었다. 봄가뭄으로 수확이 지연지면서 배추는 한달새 63.3%나 급등하기도 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상승하자 이를 재료로 하는 외식서비스 요금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외식 삼겹살은 12.6% 오르면서 '금겹살'로 불리고 있고 외식 돼지갈비는 9.2% 올랐다.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이어 다음달엔 서울지역 택시 기본요금이 1900원에서 2500원으로 30%이상 오른다. 물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기요금 인상 얘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고물가 행진 지속=경기침체는 글로벌 현상이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고물가 국가에 속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3월 기준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 터키, 멕시코에 이어 4번째로 높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해 배럴당 150달러가 넘었던 유가가 하락하면서 기름값이 떨어진 것이다. 4월 기름값은 전년동월대비 9.6%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유가마저 오르자 기름값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 오르면 물가는 0.02%포인트 상승한다. 현재 50달러 초반인 국제유가가 만약 100달러까지 상승하면 현재 3%대 후반의 물가는 5%대 후반으로 높아진다. 이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150달러에 육박했던 7월 5.9%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우려=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마구 돈을 풀어놓으면서 글로벌 하이퍼(초단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2일 정기주총에서 미국의 국채 발행 증가와 경기부양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환율이 최근들어 떨어지면서 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하락할 지도 의문이다. 최근 환율 하락은 경상수지 흑자 영향도 있지만 외국인이 대규모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으로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서면 환율 하락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경기 회복기에 유동성 회수에 실패하면 전세계가 동반 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며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는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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