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대기업 구조조정 충당금 완화를"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9.05.07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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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에 요청, 적자 타개 비상구는 충당금 축소

"올 1분기엔 적자를 간신히 면했는데 2분기에는 사정이 더욱 좋지 않습니다.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 되면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아야 할 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은행장들이 이런 이유로 최근 금융감독 당국에 대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6일 "은행장들이 지난달 30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워크아웃 업체 뿐 아니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는 대기업에 대해서도 충당금 적립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은행들이 1차 구조조정 때 보다 이번 대기업 구조조정에서 쌓아야 할 충당금이 더욱 많다"며 "경기와 연관해 충당금 적립규모를 조율하는 동태적 충당금 제도 도입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앞서 건설·조선 등 구조조정에서 은행들이 워크아웃 업체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충당금 적립부담을 50%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워크아웃 업체를 살리려면 적절한 자금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은행들이 충당금 부담 때문에 지원을 꺼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은행들은 나아가 여신규모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그룹 구조조정 때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달라는 입장이다. 충당금 부담을 줄이는 것 외에는 수익성 악화를 돌파할 수단이 없는 탓이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 1분기 8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대거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당초 우려를 감안하면 비교적 선전한 것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3조3000억원 순익에 비하면 크게 부진한 실적이다.


순익 급감에는 올 1분기 진행했던 조선·건설 등 구조조정의 영향이 컸다. 은행들의 충당금 전입액은 4조4000억원으로, 작년 1년간 쌓았던 규모(4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일부 은행은 대기업 구조조정을 고려해 충당금을 늘려 쌓았으나, 이 역시 크게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구나 그간 구조조정이 대부분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진행된 반면 앞으로 여신규모가 큰 대기업 그룹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부담이큰 상태다. 구조조정 대상도 크게 늘었다. 1422개 개별 대기업 가운데 부실 가능성이 있는 곳은 400여개 업체로, 은행들의 평가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이 커질 수 있다.



은행들의 경영 여건은 양도성예금금리(CD) 등 시중금리가 사상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탓에 썩 좋지 못하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낮은 역전현상은 빨라야 9월 이후에나 해소될 전망이다. 그 때까지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지표가 개선되기 어렵다.

은행 관계자는 "충당금은 경영실적 뿐 아니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과도 연관이 있다"며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충당금이 급증하면 은행권의 BIS비율이 또 다시 문제가 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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