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옥션' 따낸 골드만삭스

더벨 박준식 기자 2009.04.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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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 인수전서 KKR 자문..하이마트 이후 빅딜 성사

이 기사는 04월27일(16:5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반 년 동안 지속된 오비(OB)맥주 인수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약 1년 반 만에 빅딜 성공기록을 세웠다.



골드만삭스는 올 초부터 KKR의 위임(Mandated)을 받아 자문사로 활동하며 인수 전략을 구상해 왔다. 특히 이번 딜이 경매호가식 입찰(Acsending bid)로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양자 협상전략에 능숙한 골드만삭스의 활약이 기대됐다. 경매호가식 입찰은 골드만삭스가 주창해 '골드만 옥션'이라고도 불린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1위의 투자은행이라는 명성답게 HSBC와 JP모건, 스탠다드차타드(SC), 노무라, 칼리온, ING은행 등을 이 딜의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이는 수완을 발휘했다. 여기에 한국 내 산업적 노하우가 부족한 KKR을 대리해 롯데그룹 등 주류 대기업이 포진한 국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관한 분석도 도맡았다.



경쟁자들은 인수금융 조달을 위해 투자의향서(LOI) 수준의 은행 서한을 챙겼지만 골드만삭스는 구속력이 있는 확약서를 받아 신뢰를 얻었다. 특히 최대 쟁점이었던 인수가격에 있어서도 첫 제시가격을 16억 달러로 낮게 부르고 협상에 따라 가격을 올리는 전술을 활용했다.

골드만삭스의 하이라이트 플레이는 마지막 승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고객사인 KKR은 당초 경쟁자들인 MBK파트너스나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에 비해 제안 금액이 낮았지만 추가협상을 통해 전세를 뒤집은 것이다.

KKR은 골드만삭스의 도움을 받아 인수전 막판, 제안 금액을 19억 달러 이상으로 수정하고 인수 후 OB맥주의 수익이 예상을 웃돌 경우 1억 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수익분배(Earn-out package) 조건도 내걸었다. OB맥주 매각을 통해 20억 달러를 거두겠다던 매각 측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도 실리를 챙긴 협상전략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딜을 본 계약까지 이끌 경우 1년 반 만에 국내 빅딜 자문실적을 쌓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7년 하이마트 매각을 끝으로 메가딜에서 별다른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4월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자문사로 선정됐지만 산업은행이 이해상충을 문제 삼아 탈락하는 비운을 맞은 데다 그동안 메가 딜이 없었던 것이 주된 이유였다.

업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세계적인 명성과 별개로 국내에서는 자문 실적을 내지 못해 절치부심해 왔다"며 "메릴린치나 씨티, 모건스탠리를 이번 딜에서 압도해 기세를 드높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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