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노무현을 상대할 검찰이 실체적 진실 찾기와 전직 대통령 예우라는 상호 침해적 가치 속에서 신중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예우'와 '조사'는 별개 문제며 혐의 입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부담감은 이곳저곳에서 묻어난다.
피의자는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자'를 말한다. 조사 때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등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다. 검찰 입장에서는 피의자 신분이 되면서부터 당사자를 범법자로 보고 재판에 올리는 것이다.
검찰의 고심도 이런 부분과 맞닿아 있다. 검찰은 경호와 호칭, 조사 시간과 식사 등 의전문제를 고려해 가며 수사해야 한다. 검찰은 현재 노 전 대통령 측을 비롯해 청와대 경호실, 경찰 등과 이동 경로 및 경호 대책을 조율하고 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수사 당시에도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예우상 '전(前)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께서는 서면진술에서 ~라고 하셨는데.."라는 식으로 존칭을 쓰되, 조서에는 '전(前) 대통령'이 아니라 '피의자'로 적을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예상이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법원에 기소돼 '피고인'이 되면 상황은 달라질 전망이다. 검찰 수사는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부 배려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형사 재판은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법관이나 검사가 '피고인' 이외에 따로 호칭상 특별한 대우를 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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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사는 확실히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오후 1시 30분 대검에 출석하면 자정까지 쉬지 않고 조사해 혐의 내용을 입증해 낸다는 계획이며 필요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과 대질조사를 벌이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철저히 수사한다는 전제 하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출 것이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처벌 수위는 검찰이 결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