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크라이슬러를 죽였나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09.04.2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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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다음주 파산신청… 한때 잘 나가던 크라이슬러에 무슨 일이?

'크라이슬러에 무슨 일이?'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자동차 업체 중 하나였던 크라이슬러의 파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마지막 희망'이던 피아트와의 인수협상마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파산 신청'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 몰렸다.



미 현지 언론들은 크라이슬러가 이르면 다음 주에 파산신청을 할 것이라고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1925년 설립 후 두 번의 부도 위기를 넘기며 건재함을 과시했던 크라이슬러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포천은 23일(현지시간) 크라이슬러와 제너럴모터스(GM)의 몰락 과정은 다르다고 보도했다.

GM이 지난 40여년간 긴 슬로프를 통과하듯 추락해 왔다면 크라이슬러는 최근 몇년새 급격히 사세가 기울었다는 것이다.

포천은 지난 1998년에 크라이슬러가 독일의 다임러와 합병했을 당시만 해도 디트로이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동차 업체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로버트 J 이튼 최고경영자(CEO)의 지휘 하에 크라이슬러는 시장점유율 20%, 판매수익 8%의 고공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엔지니어, 디자이너, 마케터 등은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드림팀'이었고, 미니밴, 픽업트럭, 지프 등을 아우르는 라인업은 고수익·고품질이라는 평을 받았다.



포천은 승승장구하던 크라이슬러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다임러와의 합병 이후라고 지적했다.

양사의 사업구조가 충돌하면서 미국 사업부는 힘을 잃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디터 제체 다임러 CEO가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판매가 눈에 띄게 줄었다. 당시 적은 돈으로 많은 모델들을 쏟아내려고 시도하면서 품질저하로 이어졌고, 그해 나온 모델들의 판매는 전년동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포천은 다임러와의 합병 부작용 못지않게 크라이슬러 스스로 무덤을 판 점도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엔지니어들의 몸값이 너무 올라서 소위 드림팀은 해산됐고, 발상부터 잘못된 효율 프로그램은 자동차의 질을 망쳤다.

결국 크라이슬러는 20%의 시장점유율을 11.2%까지 깎아먹었고, 판매수익은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크라이슬러는 채무 출자전환을 포함한 새로운 구조조정안을 오는 3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크라이슬러가 파산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피아트, 노조, 채권단 등과의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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