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2년만에 2조 팔린 항체신약 '얼비툭스'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9.04.24 09:30
글자크기

[블록버스터 항체신약을 만나다]<1>머크 '얼비툭스'

항체치료제가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2003년 69억 달러이던 시장규모는 2006년 196억 달러로 커지며 연평균 41.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세계 의약품시장은 연평균 8.4% 증가하는데 그쳤다. 항체치료제가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현대의학이 정복하지 못한 암이나 난치성 질환 등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기 때문.
항체치료제란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같이 인체 단백질로 만들어진 의약품을 말한다. 동물이나 미생물 세포에 관련 단백질 유전자를 집어넣어 생산한다. 부작용이 적고 목표에만 정확하게 작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2007년 현재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항체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 시판중인 항체치료제의 개발과정, 시장현황, 효과 등을 시리즈를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대장암과 두경부암 표적 항체치료제 '얼비툭스'는 2006년 출시되자마자 전세계적으로 1조5000억원(11억달러. 영국시장조사기관 데이터모니터 조사)의 매출을 올렸다. 2007년에는 2조원(14억1600만달러) 어치가 팔리며 3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출시 2년만에 다국적제약사 머크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출시 2년만에 2조 팔린 항체신약 '얼비툭스'


얼비툭스가 시장에 효과적으로 안착한 가장 큰 이유는 암이 온몸으로 퍼져 더이상 손을 쓸 수 없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암은 아주 초기를 제외하고는 다른 부위로 전이되며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특정 부위에만 있으면 수술을 통해 암을 제거, 완치도 기대할 수 있지만 여기저기 퍼져있으면 수술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항암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기존 항암제는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별하지 못해 빈혈이나 구토, 탈모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병 고치다 사람 잡는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얼비툭스는 암이 생성되도록 돕는 특정 표적인자를 공격, 정상세포는 그대로 둔 채 암만 없앤다. 암을 증식시키는 표피 성장인자를 공격해 암세포가 성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간이나 폐로 암세포가 전이돼 수술로 암을 떼어내는 것이 불가능한 4기 전이성대장암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다. 이들은 지금껏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3~4개월에서 1년 이내 사망했지만 얼비툭스를 사용한 후 5년 생존율이 50%까지 증가했다. 얼비툭스로 인해 다른 부위로 전이된 암세포 크기가 줄어들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대장암 환자 중에서도 정상 KRAS 유전자를 가진 환자에게 효과적이라는 임상 연구결과가 제시되며 표적의 범위를 더욱 좁혔다. 따라서 환자들은 KRAS 유전자 검사를 받은 후 정상형으로 확인될 때만 얼비툭스를 사용한다. 대장암 환자의 65%는 정상 KRAS 유전자, 35%는 돌연변이된 KRAS 유전자를 갖고 있다.


출시 2년만에 2조 팔린 항체신약 '얼비툭스'
얼비툭스를 탄생시킨 것은 미국 내과의사다. 현재 세계적인 병원 미국 MD앤더슨암센터장을 맡고 있는 존 멘델슨(Dr. John Mendelsohn. 사진) 박사는 1983년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가 활성화하면서 암을 증식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후 멘델슨 박사는 미국 바이오벤처기업 '임클론'사와 함께 EGFR의 활성화를 막는 단일클론항체 '225(얼비툭스 개발 당시 명칭)'를 개발, 2004년 대장암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게된 것이다. 현재 독일의 다국적 제약기업 머크사가 라이센스를 획득, 판매하고 있다.

존 멘델슨 박사는 암 표적치료와 맞춤치료 개념을 처음 개발해 정립시킨 암 종양학계 거목이다. 1985년 뉴욕 메모리얼 슬로안 캐터링 암센터 내과 과장으로 근무했으며, 1996년 MD앤더슨암센터 수장이 됐다. 학계에서도 미래 노벨의학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세계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대장암 뿐 아니라 두경부암, 폐암에서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는 것도 얼비툭스의 장점이다. EGFR을 발현하는 모든 종양이 얼비툭스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75개국에서 전이성대장암치료에 대한 시판 허가를 받았으며, 68개국에서는 두경부편평세포암 치료허가도 받았다. 폐암은 허가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특허는 유럽 2014년, 미국 2018년에 만료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