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32개 유해물질이?

황국상 기자 2009.04.2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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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세상에 사는 우리]<6-3>22일은 지구의날...일상공간 속 유해물질 점검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당신. 샤워를 마치고 개운한 기분으로 식탁에 앉아 가족과 식사를 한다. 식사 후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다가 침대에서 잠이 들기까지 집에 머무는 약 4시간.

이 시간 동안 32개 유해물질과 2개 미생물 등 총 34개의 물질이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위협할 수도 있다. 일부 유해물질들은 주변 생태계에도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환경부가 운영하는 환경·건강포털 사이트 '케미스토리(www.chemistory.go.kr)는 가정과 놀이터, 유치원 등 일상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유해물질과 유해물질 함유 제품을 소개한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인체 내 호르몬 분비를 교란하는 일명 '환경호르몬'과 피부·호흡기에 자극을 주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은 물론 독성이 강한 중금속과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제품들이 일상적 공간 곳곳에 널려 있다.



우선 가족이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거실에 카펫이 깔려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가족들이 앉아 쉬거나 때론 눕기도 하는 이 카펫엔 △각종 곰팡이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용매로 쓰이는 스타이렌 △접착제ㆍ페인트에 사용되는 자일렌 △진드기 △접착제ㆍ얼룩제거제 용매인 트리클로로에틸렌 △피부자극성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폼알데하이드가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카펫에 앉기가 겁나면 소파에만 앉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파나 의자에도 드라이클리닝액 성분인 퍼클로로에틸렌, 폼알데하이드, 진드기가 검출된 사례가 있다.


책상이나 탁자, 텔레비전 진열대에선 유기염소계 살충제 성분인 클로로탈로닐과 납,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고 오디오와 텔레비전에선 수은과 카드뮴 등 유독 중금속이 발견된 사례가 있다.

잠을 청하는 안방도 안심할 수 없다. 화장대에서도 클로로탈로닐과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되고 침대에서는 폼알데하이드와 진드기, 퍼클로로에틸렌이 몸에 자극을 줄 수 있다.

특히 깨끗이 씻고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는 순간 당신은 15개의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에 처한다.

대부분의 화장품이 알레르기 유발 우려가 있는 파라벤 류 방부제를 쓴다. 일부 화장품에선 △페인트 살충제의 용매 안정제로 발암 추정물질인 1다이옥산과 4다이옥산 △페인트 제거제에 사용되는 다이에탄올아민 △유기인계 살충제 성분인 말라치온 같은 유해물질이 발견된 적이 있다.

박미자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제품 내 함유된 유해물질들을 한꺼번에 제거하긴 어렵다"며 "2007~2008년에 걸쳐 총 31개 제품군에 대해 유해성을 평가하고 문제가 있는 제품은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제품 생산단계에서부터 유해물질 함유기준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현재는 120여 제품군에 대한 유해물질 목록을 가지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 제품군을 하나하나 조사하는 데 그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 모든 유해물질을 피해가는 데엔 한계가 있다. 우혜경 소비자시민모임 대외협력팀장은 "현재로선 환경적으로 소비자들이 불리한 입장에 있다"며 "집안에서 청결을 더 유지하고 집밖에선 정부가 정책적으로 제품 안전기준을 강화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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