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인인 채수선(53) 손승렬(54) 부부는 이 예쁜 집을 완공하고 1년 뒤인 지난 2006년, 미혼의 두 딸을 내쫓아 버렸다. 어머니 채수선씨가 딸들에게 말했다. "여긴 공장 차려야 한다. 나가 살아라."
↑셈크래프트의 채수선 대표(오른쪽)과 손승렬 이사.
회사 이름은 '셈크래프트'. 지난해 2억여 원의 매출도 올렸다. 채수선 대표는 직접 개발한 비누 자랑을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비결은 '숙성'이다. 셈크래프트는 만든지 최소 8주가 지난 비누만 판매한다. 그래야 자연 글리세린이 충분히 생긴단다. 채 대표는 "글리세린에는 보습기능이 있어 아토피나 피부 건조증, 가려움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량 생산하는 일반비누엔 글리세린이 인공적으로 첨가된다. 천연재료로 만드는 셈크래프트는 숙성을 통해 글리세린이 자연스레 생겨날 때까지 기다린다. 인공향, 방부제, 합성 계면활성제도 넣지 않는다.
↑셈크래프트는 한방,허브재료로
천연비누를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맨 위) 포스트잇에 만든 사람과
제조일을 적어 품질을 관리한다.
(아래)
천연비누를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맨 위) 포스트잇에 만든 사람과
제조일을 적어 품질을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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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크래프트 비누는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직원들은 각자 전문 영역별로 작업을 분담하고 있다.
정만영 씨(39)는 상황버섯, 편백, 로즈마리, 식물성 오일 등 각종 재료를 최상의 상태로 관리하는 일을 한다. 김태식 씨(27)는 천연재료들을 전자저울로 신중하게 측정해 비누 원액을 만드는 일을 담당한다.
이정배 씨(29)는 잘 굳힌 비누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제조일시를 적고 정치영 씨(32)는 8주의 숙성 기간이 지난 비누들을 포장한다. 특히 정 씨의 손놀림은 채 대표가 "손이 보이지 않는다"고 칭찬할 정도로 빠르다.
◇남다른 직원들 "함께 있으니 다르지 않아요"=1층 작업장에서 셈크래프트 직원들을 만났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일하면서 "퇴근 언제 할까" 수다 떠는 모습이 여느 공장 직원들과 다르지 않았다. 어디가 남 달라 이웃들이 수군댔을까. 채 대표의 남편인 손 이사가 설명했다.
"직원 12명 중 6명이 정신지체예요. 뇌병변 복합장애가 3명, 자폐가 2명, 정신장애가 1명이구요."
셈크래프트는 한마음복지문화원이 만든 장애인일자리 사업장이다. 채 대표는 1989년에도 친구들과 4만원을 모아 장애인들과 한지 봉투, 가방, 염주를 만들어 팔았다.
1990년대 후반에 중국 제품이 몰려오자 가격 경쟁에서 밀렸다.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유지해주려면 중국산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이 필요했다. 채 대표가 '딸들을 내쫓은' 건 그 때문이었다.
손 이사는 묵묵히 월급으로 후방 지원을 하다 한화증권에서 이사로 퇴임한 뒤 부인 사업에 합류했다.
"(채 대표가 장애인 자활사업 시작할 때) 내가 돈 벌어서 줄테니 다른 곳에 손 내밀지 말라고 했어요. 채 대표가 신세지는 걸 못 참는 사람이에요. 하나 받으면 몇 배로 주려고 하죠."
부부는 31년 전 세방기업에서 입사 동기로 만나 결혼했다. 1970년대에 채 대표는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샤넬 옷을 입던 부잣집 딸이었다. 손 이사는 가난한 시골집 장남이고 그의 부친은 청각장애인이었다. 결혼 후 채 대표는 시아버지한테 입모양으로 구화를 가르쳤다.
"유난히 많은 죽음을 봤어요. 부자였던 할머니, 가난했던 시아버지, 장애인들....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 죽으면 제 몸도 못 가져가요. 아무리 귀한 사람이었어도 똑같아요."
채 대표는 하루 2~3시간을 자면서 일한다. 동아제약 화장품개발 선임연구원을 지낸 류지형 아이내추럴 대표 등 전문가들을 총동원해서 제품력 향상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셈크래프트의 제품 설명 어디에도 장애인이 만들었다는 문구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동정이 아니라 필요, 구걸이 아니라 품질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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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만들어 팔면서 애들(직원들)이 전보다 당당해졌어요. 자폐인 아이도 여기 오면 자기가 먼저 딴 사람에게 말 걸어요. 우리는 돈 벌어서 더 많은 애들한테 떳떳한 일자리를 주고 싶어요."
셈크래프트의 천연비누는 온라인쇼핑몰(www.semcraft.com)에서 살 수 있다. 친환경쇼핑몰 이로운몰(www.erounmall.com)은 셈크래프트 제품의 판매수익 중 10%를 한마음복지문화원에 기부한다. 셈크래프트를 소개한 mtn 동영상 및 구매안내는 이로운블로그(eroun.blog.moneytoday.co.kr)에서도 볼 수 있다.
↑셈크래프트 임직원들.ⓒ이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