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ㆍ전남, 구조조정 후폭풍 현장(上)

광주=장철호 기자 2009.04.19 06:25
글자크기

[머니위크]지역경제 '휘청'…방치 땐 줄도산 불보듯

건설사와 조선사의 옥석을 가리기 위한 1, 2차 구조조정이 곳곳에서 삐걱대면서 지역경제가 멍들고 있다.

특히 건설, 조선업 비중이 큰 광주 전남지역은 심각한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경영 여건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은 B등급 건설업체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B, C급 판정을 받은 회사들이 연이어 부도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대주단의 신용평가 결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ㆍ전남, 구조조정 후폭풍 현장(上)


◆도마 위에 오른 기업 구조조정 평가능력

1차 신용위험 평가에서 B급(일시적유동성부족) 판정을 받은 신창건설은 지난 3월3일 수원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같은 등급을 받은 대동종합건설도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2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워크아웃 대상(C급) 판정을 받은 건설사 가운데는 23%가 부도를 내거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 채권단의 신용평가가 오히려 부실을 키웠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C등급을 받은 중도건설은 4월 초 어음 결제를 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같은 날 C등급을 받은 송촌종합건설도 모회사인 삼능건설과 함께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직후 부도를 맞았다. 시공능력 178위의 부산소재 영동건설도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직후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B등급을 받은 S건설의 관계자는 "이자가 한달에 50억~60억원씩 돌아온 데다 분양 등을 통한 수입원까지 거의 막히고, 금융권의 자금지원도 원활하지 않아 부도를 냈다"고 말했다.

B등급 업체들은 "시장이 워낙 극심하게 침체돼 있어 자금조달이 매우 어려운 상태로 자력으로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반면 워크아웃 계획이 확정된 C등급 건설업체들은 다음 주부터 회사별로 2000억원 내외의 신규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부실기업인 C등급의 자금사정이 B등급 건설사보다 견실해 질것으로 예측된다. 이러다보니 B등급 보다는 C등급을 받게 해달라고 은행에 로비하는 건설업체까지 생겨나고 있다.
광주ㆍ전남, 구조조정 후폭풍 현장(上)
◆수렁에 빠진 광주 전남 경제


광주 전남지역 경제 지표는 최악을 걷고 있다. 생산과 소비는 모두 부진하고, 실업률도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난 1월 광주 전남의 어음부도율(전자결제 조정후)은 각각 0.09%, 0.11%를 기록해 전국 평균(0.04%)을 배 이상 웃돌았다.

광주지역의 1월 중 경제활동인구는 65만1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3% 감소했다. 같은 달 취업자는 63만1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1% 감소했고, 실업률은 3.2%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 1월과 3월에 발표된 건설ㆍ조선업 1, 2차 구조조정 방안은 꽁꽁 얼어붙은 광주 전남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건설 92곳, 조선 20곳 등 112 업체를 대상으로 1월20일 발표된 1차 구조조정(워크아웃 14곳, 퇴출 2곳)에는 광주 전남지역 대표기업인 대주건설과 C&중공업 (0원 %)이 퇴출, 삼능건설과 대한조선이 워크아웃 기업으로 꼽혔다.

대주건설은 전국에 아파트 6000여가구를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건설과 대한조선을 주 계열사로 둔 대주그룹이 흔들리면 광주의 위기가 온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대주가 호남에서 차지하고 있는 경제 비중이 높다. 지난해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이 탈세와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때 지역경제단체와 지자체가 나서서 구명운동을 펼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남 서부권 조선 산업을 이끌고 있는 양대 회사로는 대한조선과 C&중공업이 꼽힌다. C&중공업의 경우 당초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절차 개시가 결정됐으나, 이번 조선업 신용위험 평가 기준을 적용해 평가등급이 하락한 케이스. 3월 말 기준 대한조선과 C&중공업의 구조조정으로 하청업체 직원 400여명이 생계곤란 등을 겪는 것으로 조사돼 호남지역 인력 재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워크아웃 판정을 받은 삼능건설은 시공능력평가 80위 건설업체로 토목과 건축, 전기, 환경 플랜트 등이 주력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은 2800억원에 달해 대한건설협회 광주지회 95개 회원사 중 단연 1위이고, 국내 1000대 기업에도 포함될 만큼 지역 대표건설사로 꼽힌다.

2002년 토목 전문기업인 송촌종합건설을 인수한 데 이어 2003년 시행사 '더앤시티' 등을 인수, 자체 분양사업을 실시하는 등 토목 이외 영역에도 활발히 진출했다. 삼능은 현재 광주 첨단지구 주공 임대아파트 1232가구, 경기도 양평 코아루아파트 136가구 등을 시공 중이다. 송촌종합건설은 삼능 핵심 계열사로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액 1523억원으로 전국 136위를 마크했다. 2011년 완공예정으로 부산 양산 주공아파트(공정률 8%)를 시공 중이며, 보성 벌교~순천 주암 도로공사(7㎞)의 시공사이기도 하다.



◆1, 2차 구조조정, 전남 업체가 25%

1차 구조조정에 따른 기업 퇴출과 워크아웃 결정은 지역 경기에 큰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그 멍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후폭풍이 몰아쳤다. 지난 3월27일 발표된 2차 구조조정에는 전남지역 업체가 1/4을 차지했다.

시공능력 101~300위권의 70개 건설사와 4개 조선사 등 74개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 결과 퇴출 5개, 워크아웃 15개사가 결정됐다. 이 가운데 광주전남 기업은 YS중공업(조선)이 퇴출, 삼능건설 계열사인 송촌종합건설, 한국건설, 중도건설, 새한종합건설 등 4개 건설사가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결정, 전체 퇴출ㆍ워크아웃 기업의 25%를 차지했다.



1, 2차 구조조정에서 각각 워크아웃 기업으로 선정된 삼능건설과 송촌종합건설은 채권단의 워크아웃 개시 결정을 받지 못하자, 지난 3월31일 관계 회사와 함께 광주지법에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개시를 신청했다. 하지만 4월1일 광주은행과 신한은행에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한국건설은 광주지역 4개 단지 1006세대의 공동주택을 건설 중이다. 3개 단지는 대한주택보증과 분양보증이 체결돼 분양계약자의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 광산구 신촌동에 임대 아파트 216세대를 건립중인 중도건설의 경우도 대한주택보증과 분양보증이 체결돼 있다.

중도건설은 다만 도시공사에서 발주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1147㎡(2~3공구)을 낙찰 받았으나,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퇴출ㆍ워크아웃 건설사들이 이미 따낸 개발 사업권은 다른 회사로 양도가 잇따르고 있다. J프로젝트 부동지구 개발 사업권을 가진 대주건설이 썬카운티컨소시엄에, 삼능건설은 광주 어등산관광개발 사업권을 금광기업에, 광주 수완지구 집단에너지사업 지분을 가진 경남기업 (113원 ▼91 -44.6%)도 양수자를 찾고 있다.

1, 2차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36개 퇴출, 워크아웃 대상 기업 가운데 광주 전남 기업은 총 9개다. 취약한 호남지역의 산업구조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전남도가 역점을 두고 육성하고 있는 조선산업도 C&중공업의 퇴출과 대한조선의 모기업격인 대주건설의 퇴출로 지역 경제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 발표로 부도와 퇴출이 현실화될 경우 하청업체들의 줄도산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채일병 광주발전연구원장은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광주 호남기업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강구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