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우상형마인드vs주식형마인드

머니투데이 강호병 증권부장 2009.04.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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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를 차를 몰고 달려보면 사람심리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경험상 4차선 고속도로에서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라인은 가운데 2차선과 3차선이다. 일일 버스전용차로 시행시간 전인데도 2, 3차선에 차들이 어지간히 들어서서 속도가 확 줄어들기 전까지는 1, 4차선에 잘 안들어선다.

분명 버스전용차로 시행 전 시간인데도 달리는 차가 없으면 잘 안나간다. 그러다 누군가 전용차선으로 튀어나가면 우르르 들어간다. 4차선의 경우 가변차로제가 실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파란불이 들어와도, 속도가 떨어져도 들어서는 차들이 적다. 물론 누군가 앞서 변경하면 뒷차들이 잇따라 들어선다.



 일종의 `보호본능'이고 `군집본능'이 작용하는 부분일 것이다. 고속도로 1차선은 보통 중앙분리대가 있어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4차선은 좁은 갓길이나 소음방지벽 등이 바로 옆에 있어 2, 3차선보다는 영 불안하게 느껴진다.

 사람이 하는 모든 것이 이같은 본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정보부족보다는 사람이 가진 한계나 본성 때문에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는 게 더 많지 않을까.



 경험론의 태두 프란시스 베이컨은 올바른 인식을 방해하는 것을 4가지 우상론으로 정리했다. 종족ㆍ동굴ㆍ시장ㆍ극장 4가지 우상이 그것이다. 종족우상이란 '사람'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를, 동굴우상은 '나'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와 편견을 말한다. 시장우상은 다른 사람의 행위나 말이 나에게 주는 영향을, 극장우상은 사회적인 규범이나 도그마, 선입관 때문에 올바른 인식이 방해받는 경우다.

 보호본능은 종족우상에 가깝고 군집본능은 시장우상에 가까운 듯하다. 특히 지능과 감정이 고도로 발달된 인간은 스스로를 높이고 존경ㆍ사랑을 받으려는 자존본능도 강하다. 투자해서 잘되면 내가 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잘못되면 운이 나빠 그런 것으로 위로한다.

 그리고 투자해서 돈을 벌었을 때 기쁨보다 돈을 잃었을 때 실망과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 경제심리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100만원을 잃었을 때 고통이 100만원 땄을 때 기쁨수치의 약 2.5배다. 그래서 사람들이 딴 것은 참지 못하고 팔고 잃은 것은 고통의 현실화가 싫어 계속 들고 있다가 더 당하는 것일 게다.


 존 템플턴, 벤저민 그레이엄 등 투자대가들이 한결같이 말한 금과옥조는 '패닉일 때 사고 유포리아가 넘칠 때 팔라'는 것이다. 아시겠지만 실천이 쉽지 않은 명제다.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라 그렇다.

폭탄이 사방에서 터지는 마당에 망태들고 헐값이 된 주식을 주워모으는 것은 분명 간큰 일이다. 그리고 낙관이 넘실거리고 주가가 세상을 삼킬 듯 오를 때 눈 질끈 감고 일어서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어쨌든 시장은 또 대가들의 격언이 맞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학 대가조차 대공황보다 더 큰 위기라고 해서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이번에는 들어맞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대가의 입에서조차 `주식의 종언'이 나온 그 순간 시장은 보기좋게 올랐다. 이제 공짜나 다름없는 주식은 없어졌고 비싸게까지 느껴지는 시점이다.

 주식시장은 지금도 묻고 있다. 확실한 750만원을 보너스로 받겠습니까, 아니면 1000만원을 딸 확률 75%를 가지겠습니까. 반대로 확실히 750만원을 잃겠습니까, 아니면 1000만원을 잃을 확률을 75% 갖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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