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금융위·한은 "때아닌 한은법 공방"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9.04.1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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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감독당국, 그리고 한국은행이 시끄러웠다. 한은법 개정을 놓고서다.

예고된 바는 아니었지만 공교롭게 '장외 공방'을 벌인 꼴이 됐다. 논쟁 지점은 한은의 설립 목적에 '금융 안정 기능'을 넣는 문제와 한은에 검사권을 주는 문제 등 이미 알려진 부분이다. 하지만 논의 과정 속 불거진 감정의 골도 적잖게 반영됐다.

◇정무위 "부처 이기주의…국가 기강 문제" = 포문은 정무위가 열었다.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 제시건'이 상정되자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한은법 개정 불가론을 쏟아냈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은 "각 기관은 각자 임무에 충실하면 된다"며 "한은법 개정안은 시의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의 금융통인 고승덕 의원은 "현 시점에 한은법 개정이 추진되는 것은 기관 이기주주의"라며 "국가 기강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은법 개정을 악법이라고까지 했다.



여기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금융'을 담당하는 정무위를 무시한 채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데 따른 감정적 불쾌감도 겹쳐졌다.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금융위 얘기 말고 한은의 얘기를 들을 수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도 "정무위에서 논의하더라도 기재위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 아니냐"며 "여야 정책위 차원의 입장이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동수 "논의, 시의적절하지 않다…영국을 봐라" = 금융위도 정무위와 보조를 맞췄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준비한 듯 "논의가 적절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진 위원장은 "현재 우리 중앙은행이 금융안정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데 왜 현행법을 개정해야 하는지 유의성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국 영란은행을 예로 들었다. 영란은행은 지난 2월 법 개정으로 중앙은행 설립 목적에 금융 안정 기능을 추가했다.



금융시장 안정의 모든 책임은 정부에 귀속돼야 하는데 중앙은행법에 이를 명시하면 최종 책임 문제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게 진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영국의 경우 법을 개정하면서 영란은행 이사회의장을 영란은행 총재에서 재무부장관이 임명하는 사람으로 바꿨다"며 "결국 중앙은행 독립성 문제가 논쟁거리가 되는 만큼 논의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은 "영국을 보면…" = 한은은 똑같은 영란은행을 예로 들며 반박을 했다. 조사국이 내놓은 '최근 영국의 금융시스템 및 통화정책 운영방식 개편과 시사점' 연구보고서를 통해서다.



"영란은행법에 금융안정 목적을 명문화하고 금융안정위원회도 설치했으며 부실은행 정리 권한, 금융기관 지급결제시스템 감독 권한 등도 반영했다"는 게 핵심이다.

보고서는 또 영란은행과 통합감독기관인 금융감독청간 유기적 관계 부족도 거론했다. 그리곤 영국 금융감독청이 앞장서 중앙은행과 금융감독청의 정책대응을 연계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은행 등 금융기관 공동 검사 기능 부여에 소극적인 국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의 배타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은행 독립권 문제에 대해선 "영국에선 금융안정위원회 의장을 영란은행 총재가 맡고 비상임 이사회 의장은 영국 재무부 장관이 지명하는 인사가 맡도록 하는 차이점이 있다"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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