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검찰 수사에 정면돌파 선언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4.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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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반격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은 12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사건에서 자신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글을 올렸다. 부인 권양숙 여사가 지난 11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자신도 빠르면 이번 주 중 소환을 앞둔 만큼 작심한 듯 강한 발언을 했다.

대표적인 게 박 회장이 검찰과 '짜맞추기'식 수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분이다.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이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내용이 시실이라면 저는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이 형량 등을 두고 검찰과 '협상'하며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박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들어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과 언론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언론이 근거 없는 얘기를 너무 많이 해 놓아서 사건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며 "소재는 주로 검찰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다만 지난 글에서 밝힌 대로 권 여사가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며 "하도 민망한 일이라 그동안 '아내가 한 일이었고 나는 몰랐다'고 변명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결국 사실대로 가기로 했다"며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덕적 책임을 지고 비난을 받는 것과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일"이라며 "국민들에게 주는 실망과 배신감의 크기도 다르고 역사적 사실로서의 의미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된 것은 사실대로 가는 것이 원칙이자 최상의 전략이라는 것"이라며 "그래서 참 구차하고 민망스러운 일이지만 몰랐던 일은 몰랐다고 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계속 부끄럽고 민망스럽고 구차스러울 것이지만 성실히 방어하고 해명을 할 것"이라며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제가 당당해질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일단 사실이라도 지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대해 정면돌파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상당히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비마다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배수진을 마다하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이 나선 만큼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는 발언도 이명박 정부 임기 말기를 시사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전달한 100만달러 외에 나머지 3억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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