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부인 중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경우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대검 중수부에 나와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에 이어 권 여사가 2번째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이인규 검사장)는 11일 권 여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부산지검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권 여사를 상대로 박 회장에게서 받았다고 노 전 대통령이 시인한 100만 달러의 성격과 사용처 등을 집중 추궁했다.
변호사와 함께 조사에 임한 권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해명한 대로 본인이 100만 달러를 받아 채무변제 등에 사용했다고 진술했으며 500만 달러 역시 정상적인 투자금이었다는 노 전 대통령 측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사가 충분히 이뤄진 만큼 권 여사에 대한 추가 소환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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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는 12일 오전 9시 10분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를 소환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체류하던 건호씨는 전날 밤 늦게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검찰은 건호씨를 상대로 베트남에 있는 박 회장을 방문한 경위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돈을 투자 받는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지난해 초 연씨가 베트남에 있는 박 회장을 방문해 500만 달러 투자를 부탁하는 자리에 건호씨가 동행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이 돈과 건호씨의 연관성을 캐물었다.
검찰은 또 노 전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박 회장이 500만 달러를 송금했다고 보고 돈의 실제 주인에 대해서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송금이 이뤄진 2008년 2월에 건호씨가 박 회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된 만큼, 건호씨가 정황상 문제의 돈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밖에 박 회장의 홍콩법인 APC에서 나온 문제의 500만 달러가 입금된 '타나도 인베스트먼트'의 대주주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2007년 6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측에 전달한 박 회장의 100만 달러를 유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건호씨를 이날 밤 늦게까지 조사하고 일단 귀가시킨 뒤 1~2차례 더 불러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 10일 오전 체포한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는 체포시한(48시간)이 끝남에 따라 이날 석방했으며 연씨 역시 추가 소환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노 전 대통령의 소환에 대해 홍만표 기획관은 "소환 여부 및 시기, 조사 방법 등이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여사와 노건호, 연철호씨 등 이번 사건을 둘러싼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거의 이뤄짐에 따라 빠르면 이번주 안에 노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이 자신의 요구로 10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는 보도와 관련, "보도를 보니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며 부인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글에서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대해 홍 기획관은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