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그룹, 'M&A 뒷수습' 잘 해낼까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09.04.0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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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인수 당시 재무투자자의 풋옵션 행사..진로 재상장이 돌파구

"'승자의 저주'인가, 내일을 위한 투자인가"

최근 하이트홀딩스는 2005년 진로 인수 당시 일부 재무적 투자자의 몫이었던 진로 지분을 되사주기로 결정했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오는 5월로 예정됐던 진로 상장이 지연되면서 투자 원금과 수익금을 제때 환수하지 못하자 하이트-진로그룹에 '진로 지분을 되사줄 것'(풋옵션 행사)을 요청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내부적으로 풋옵션 행사요청에 대해 진로의 최대주주인 하이트홀딩스가 전량 지분을 되사주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이트홀딩스는 2005년 산업은행과 산은캐피탈, 모건스탠리 등이 매입했던 진로 지분 653만5706주를 총 3545억 원에 되살 예정이다. 주당 5만4243원 꼴로 여기에는 지난 4년간 수익금(연 6∼8%)도 포함된다.



이 같은 하이트-진로그룹의 결정을 두고 주류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이 진로를 너무 비싼 값에 인수해 '승자의 저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의 진로 인수가격은 3조4288억 원으로 당시 적정 인수가였던 3조원을 훨씬 웃돌았다"며 "재무적 투자자들의 이번 풋옵션 행사는 '승자의 저주'가 현실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이트-진로 '승자의 저주' 빠지나

게다가 하이트홀딩스가 풋옵션을 감당하기에는 현재 보유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금난의 악순환이 예상된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하이트홀딩스가 자금 마련책으로 3가지 방법을 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나 진로의 현금배당 및 유상감자, 또 다른 재무적 투자자 유치 등이 그것이다.


대우증권 백운목 애널리스트는 "회사채 발행(예상 조달금액 1000억∼2000억 원)이나 진로의 주주에 대한 현금배당 및 유상감자(예상 조달금액 1000억 원) 등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이자비용 증가 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급한 불을 끈다고 해서 승자의 저주를 둘러싼 고민이 말끔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내년 9월 또 다른 재무적 투자자들의 1조원에 달하는 풋옵션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증권 박종록 애널리스트는 "내년 9월에 돌아오는 재무적 투자자들의 풋옵션은 투자 원금과 수익금을 포함하면 1조원이 넘어 하이트-진로그룹이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결국 그룹은 내년 9월 이전에 진로 재상장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진로가 당초 오는 5월까지 재상장을 추진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증시 악화 등으로 이를 연기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진로 재상장 이외에는 1조원에 달하는 풋옵션을 막을 다른 대안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진로 성공적 재상장이 유일한 돌파구

하이트-진로그룹도 진로 재상장이 승자의 저주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돌파구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하이트홀딩스 관계자는 "내년 9월 이전에는 진로를 상장시켜 풋옵션이 행사되는 것을 막겠다"며 "현재로서는 내년 9월 이전 상장 외에 풋옵션 행사를 막을 다른 방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진로 재상장후에도 주가가 일정 수준(5만4000원∼5만6000원)을 넘지 못하면 풋옵션이 나올 수 있어 가시밭길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내년이후 증시 분위기가 개선되고 진로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다면 정반대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진로 재상장을 통해 풋옵션 행사를 막는 것은 물론 또 다른 성장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05년 당시 인수경쟁이 치열해지며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이 너무 비싼 값에 진로를 인수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진로 재상장이 순조롭게 진행되느냐가 하이트-진로그룹이 안정과 성장을 찾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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