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 "정부빚 조기상환", 재무부 '속앓이'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3.26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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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BoA 등… 남은 은행들 '부실' 부각 우려, "갚지마라" 요구 가능성

골드만 삭스에 이어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도 정부로부터 받은 구제자금을 다음달부터 갚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이들 대형 은행들의 움직임은 납세자의 돈을 회수한다는 면에서는 반길 일이지만 미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 계획에 또다른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 BoA, "스트레스 테스트 끝나면 상환"



케네스 루이스 BoA회장은 25일(현지시간)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달 '스트레스테스트'가 완료되면 정부로부터 받은 450억달러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 (TARP) 지원자금을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스 회장은 "주가상승, 집값하락세 둔화 등 지표를 감안할때 경기침체의 바닥을 보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금융시스템이 안정되는 즉시 구제자금을 상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루이스 회장은 앞서 언론인터뷰에서 올해 안으로 구제자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특정 시기를 거론하지는 않았었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당초 연말쯤으로 예정했던 100억달러의 구제자금 상환시기를 다음달로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CEO)은 최근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과 이같은 방침을 논의했으며 다음주 초 재무부 관계자들과 구체적인 채무상환을 논의할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 '규제 피하자'...타 은행 확산 가능성

이들 은행이 구제자금을 조기 상환하기로 한 것은 AIG 거액 보너스 파문을 계기로 정부가 구제자금 지원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더욱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미 경영진 연봉제한 등 구제자금 지원을 전제로 한 규제조치가 시행되고 있는데다 미 하원은 구제자금 지원 회사 직원들의 거액 보너스에 대해 90%까지 과세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놓은 상태이다.
구제자금을 상환하게 되면 경영진 연봉제한을 피할수 있고, 연봉제한을 받는 다른 금융회사들로부터 유능한 인재를 스카우트 할수 있는 여지가 늘어난다는 이점도 있다.


골드만삭스에 이어 BoA도 구제자금을 조기상환하기로 함에 따라 다른 대형 은행들도 조기상환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월가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 상환불가 금융기관 '부실'낙인 우려..재무부 "갚지 말라" 요구 가능성



은행들이 자력으로 구제자금을 상환할 경우, 공적자금을 조기회수할수 있게 돼 미 정부로서는 '혈세낭비'라는 여론의 비판을 누그러뜨릴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구제자금을 상환할 여력이 안되는 금융기관들은 또다시 '부실'이미지가 부각돼 주가가 급락하고 재무건전성 회복이 더욱 어려워지는 부작용을 낳을수 있다.

메리디스 휘트니 전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 웰스파고나 씨티는 구제자금 조기상환이 힘들 것이며 BoA 역시 조기상환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0월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9개 대형은행에 1650억달러의 구제자금을 일괄 지원한 바 있다. 일부 은행들은 자금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었지만 자금지원을 받는 은행들이 '부실'로 낙인찍히는 것을 의식, 우량-비우량 은행을 모두 섞어 '물타기'를 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의 경우 가용현금만 1000억달러에 달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구제자금을 상환할수 있고, 당시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자금지원을 받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뉴욕타임스는 미 재무부가 '부작용'을 우려, 골드만삭스에 구제자금 상환을 금융시장이 확실히 안정된 이후로 미뤄질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납세자들로부터 공적자금 회수를 고의로 지연시킨다는 비난이 거세질 수도 있어 구제자금 조기상환을 둘러싼 미 정부의 속앓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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