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발굴·팀플레이 '모비스 DNA' 아시나요?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9.03.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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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모비스 '깜짝우승'..."야구·농구·모비스 성공비결 닮았네"

76대 1700의 불균형을 넘은 기적 같은 승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팀의 선전이 보여준 감동이 온 국민에게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우리 대표팀은 메이저리거 단 1명, 선수들의 연봉총액은 76억원에 불과했지만 철저한 팀플레이와 적절한 전술로 베네수엘라(연봉총계 1700억원)를 이기고 일본(연봉총계 1375억원)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팀 연봉 최저, 2m급 한명도 없는 모비스의 우승

국민들의 모든 시선이 그라운드를 향한 순간, ‘WBC의 기적’은 농구 코트에서도 일어났다. 국내 프로농구팀 울산모비스가 지난 21일 KTF를 상대로 안방 울산에서 93대 89로 승리를 거두며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당초 예상을 뒤엎은 ‘깜짝 우승’이다.
↑ 모비스의 프로농구 정규시즌 우승 기념촬영. 사진 중앙 유재학 감독(왼쪽)과 황열헌 단장(오른쪽, 부사장)이 우승 상금을 들고 있다.↑ 모비스의 프로농구 정규시즌 우승 기념촬영. 사진 중앙 유재학 감독(왼쪽)과 황열헌 단장(오른쪽, 부사장)이 우승 상금을 들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비스의 조건은 열악하다. 선수들의 연봉을 다 합쳐야 고작 11억9900만원.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정한 상한선의 66.6%밖에 안 된다. 국내 10개 프로농구팀 중 최하위다.



그렇다고 키가 큰 선수가 즐비한 것도 아니다. 199cm의 센터 브라이언 던슨톤이 최장신으로 2m를 넘는 선수가 1명도 없다.

그럼에도 모비스가 우승한 비결에 대해 전문가들은 야구와 마찬가지로 철저한 팀플레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재발굴·육성에 있다고 본다. 현대모비스 (223,500원 ▲500 +0.22%)는 "모기업의 기업문화, 경영철학과 꼭 닮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지금껏 대형 스타와 인연이 멀었고 거물 자유계약 선수를 영입한 적도 없다. 대신 가능성만 있다면 누구라도 발굴해 기회를 줬고 각자 개성에 맞는 훈련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체 팀플레이에 기여하는 전술을 강조했다.


유 감독은 지난 비시즌 동안 매일 개별 목표치를 설정해 슛 훈련을 시켜 선수들은 밤늦게까지 500개 가까운 슛을 쏘며 훈련하기도 했다. 또 '이타적 플레이'를 늘 주문했다.

◇"인재발굴·팀 플레이 강조, 모비스 기업문화와 닮았다"



모비스 농구팀의 팀플레이 정신은 현대모비스의 경영과도 일맥상통한다.

올해 입사한 직원 중에는 지방사립대 출신에 형편없는 토익점수와 학점으로도 각종 사회봉사활동과 교류모임 경력을 무기로 취업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 현대모비스 사내 직원생일축하 이벤트 장면.↑ 현대모비스 사내 직원생일축하 이벤트 장면.
또 ‘부서장 이상의 관리자들 업무의 3분의 1은 부하직원을 육성하는 일로 채워져야 한다’는 기업문화도 강하다.

모비스는 ‘3H’. 즉 위기상황에서 구성원들과 신뢰를 중시하는 ‘하나됨’(Harmony), 어떤 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불황을 돌파할 ‘도전정신’(Hustle), 경제위기에 주위를 둘러볼 줄 아는 ‘인간미’(Humanity)를 채용원칙으로 내세운다.



따뜻함과 신뢰의 팀플레이는 강도 높은 훈련을 바탕으로 하듯 끊임없는 혁신활동으로 낭비요소 제거에도 철저하다. 현대모비스는 부품 설계개선에서부터 부품공용화에 이르는 연구개발 혁신은 물론 공정개선, 물류혁신 등을 단행해 지난해에만 700억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스포츠에서 보여주듯 모비스가 추구하고 지켜가는 기업문화는 타고난 자질보다는 훈련과 인재양성으로 빛나는 '관리의 농구', 독불장군 나 홀로 성장보다는 '이타적 팀플레이'에 비유된다"고 말했다.

정석수 모비스 농구단 구단주도 "평소 기업을 경영하며 직원들에게 강조해왔던 모습들을 올 시즌 농구코트에서도 선수들의 투지와 팀워크로 확인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 결과는 WBC와 프로농구에서 그랬듯이 '깜짝' 놀랄 만큼 성공적이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경기침체로 자동차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음에도 지난해 매출 9조3700여억원과 영업이익 1조1800여원 등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특히 당기순이익도 1조900억원을 돌파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익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모비스는 '허를 찌르는 전략'으로 이 불황에 오히려 공격적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 핵심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으로 연구개발 투자규모를 지난해보다 60%가량 늘린 2000억원으로 책정했다.



2012년까지 하이브리드 부품개발에만 모두 1000억원이 투입된다. 현재 60여명인 관련 연구개발 인원도 국내·외 박사급 핵심인재 수급으로 200여명 선까지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모비스의 팀플레이는 미래를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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