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조용하게 돌아오고 싶어요"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09.03.2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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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을 몹시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오는 3월말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측근에게 이런 심경을 전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의 이런 마음은 팬클럽 홈페이지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전 의원은 25일 팬클럽 홈페이지에 "미국에서 10개월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려고 한다"는 글을 올려 귀국이 임박했음을 알리며 "정말로 조용하게 귀국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공항에는 그 누구도 나오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했다.



이어 "이렇게 하는 것이 또 하나의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라며 "지난날의 구태를 관례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에게는 변화와 창조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이 귀국을 앞두고 행보를 조심하려는 이유는 불필요한 분란을 낳고 싶지 않아서다. 이른바 '왕의 남자'로 불리며 친이(친 이명박) 좌장 노릇을 하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미국으로 사실상 정치적 유배를 떠났던 그다. 귀국하는 것 자체만으로 여권의 정치 지형도를 바꿀만한 영향력이 있어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대선과 지난해 18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첨예해진 친박(친 박근혜) 진영과 불화가 신경쓰인다. 괜히 요란스럽게 귀국했다가 친박측의 불필요한 주목을 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여권내 어른 역할을 하고 있는 이상득 의원쪽도 마음이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이 전 의원은 귀국만으로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고 싶지 않은 듯 이전부터 측근들에게 "현실정치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말을 해왔다. 한 측근은 "지금 상황에서 요란한 귀국 환영 행사는 맞지 않는다고 본인이 판단했을 것"이라며 "귀국 후에도 조용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이 전 의원이 "현재 공직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 자격으로 연수를 갔다 돌아오는 것인데 돌아오는 날을 굳이 알릴 필요가 있겠느냐"며 "다만 돌아와선 언론과의 접촉을 굳이 피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귀국만으로도 어떤 식으로든 당내 역학관계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이 전 의원이 여권에 어떤 변수로 등장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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