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준비생 "환율이 무서워"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9.03.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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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박람회 한산… 이민 준비 가족은 '기러기' 택해

"해외 유학과 이민 열풍이 한풀 꺾였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22일과 23일 이틀간 열린 유학박람회장은 예년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환율은 언제나 오르고 내리는 법이죠"라고 여유를 부렸던 지난 해와 달랐다. 경기 침체와 고환율 '쇼크'로 당장 떠나겠다는 사람은 드물었다. 차근차근 알짜 정보를 모으려는 방문객이 대다수였다.



◇"환율이 무서워"="유학 프로그램 설명 듣고 가세요." 유학원 직원이 팸플릿을 나눠주며 방문객을 끌어 모았다. '호객' 소리는 요란했지만 정작 상담 부스는 한산했다.

유명 유학원·이민 전문 컨설팅사 부스를 제외하곤 방문객이 뜸했다. 이민전문컨설팅회사 MMC 관계자는 "매년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는 유독 한산한 것 같다"면서 "방문객이 30~40%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박람회 참여 업체수도 감소했다. 종전보다 10%가량 줄어든 61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외환·국민은행만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부스를 꾸렸고, 우리·신한·한국씨티은행은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환율은 치솟는데 경기 침체의 바닥은 보이지 않는 탓이 크다. 유학이나 이민 수요는 경기를 덜 타는 경향이 있으나 올해 만은 예외였다. 박람회 주최측도 "업체들이 고환율로 송금을 못하는 상황인데다,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터라 신청서 접수를 머뭇거렸다"고 말했다.

◇유학·이민? "일단 보류"=이민이나 유학을 계획했던 사람들은 '환율' 고민을 쏟아냈다. 올 여름 출국을 계획했던 한 젊은 부부는 외환은행 부스에서 상담 후 '기러기 아빠'를 택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자산을 다 처분하고 떠나려니, 부동산 가격이 너무 떨어진데다 환율까지 올라서 이중고를 겪게 된 사례"라면서 "부동산 가격이 회복될 때까지 발이 묶였다"고 전했다.

비자 발급을 받은 사람들도 당혹스러워 했다. 영주권을 받기 위해선 캐나다의 경우 비자발급 후 60일 이내 출국해야 한다. 잠깐 출국을 했다가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임시방편'을 택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민전문 컨설팅사에서 상담을 기다리던 K씨는 "환율 부담이 커서 당장 이민을 갈 생각은 없고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차근차근 정보를 모으려고 박람회를 찾았다"고 전했다.

유학생 부담도 크다. 일본 유학을 준비 중인 대학생 L씨는 "원/엔 환율이 올라서 등록금이 싼 국립대 쪽으로 알아보고 있다"면서 "6월 예정된 시험에 일단 통과해야 하는데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올 여름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나려는 대학교 2학년생 K씨도 "해외 대학에 합격하고도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일단 어학연수로 6개월간 다녀오고, 대학교 편입을 할지 말지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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