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는 40조원이 넘는 국부가 투자된 해외펀드의 수익률과 직결된다. 달러 약세를 판단하긴 아직 이르지만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지금, 펀드 투자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20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6.5원 오른 1412.5원으로 마감, 하루 만에 1400원대로 복귀했다. 하지만 최근 추이를 보면 원화대비 달러가치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 6일 장중 1597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11일 1400원대로 하락한데 이어 19일 1300원대까지 급락했다.
달러 가치는 원화뿐만 아니라 유로화, 엔화 등 주요 국제 통화에 비해서도 크게 하락중이다. 지난 19일 달러/유로 환율은 1.367달러로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고, 엔/달러 환율 역시 94.53엔을 기록, 지난달 23일 이후 처음으로 94엔대에 접어들었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도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은 약 달러를 수반할 수 밖에 없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대규모 재정정책과 구제금융으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는 피해갈 수 없겠지만 약 달러 정책으로 경상수지 적자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달러 약세는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의 경우 하락 요인 부재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1300원대 후반을 지지선으로 언제든지 재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지속된다면 해외펀드 투자시 환헤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환노출형 펀드는 수익률이 하락하는 반면 환헤지형 펀드는 환 위험을 피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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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은 "이례적인 원화 약세로 해외주식형펀드는 환차익을 누렸지만 이젠 환 헤지 후 증시 상승 이익을 온전히 누린다는 기본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는 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휘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도 "연말까지 달러 약세 흐름은 유지할 것"이라며 "다만 단기적으로 환율이 충분히 요동칠 수 있는 만큼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 헤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 달러 시대 유망 상품으로는 원자재펀드가 추천됐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약 달러가 지속되면 금, 원유, 농산물 등 원자재나 중국 브라질 등 이머징마켓 등 저평가 자산들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며 "포트폴리오상 분할매수를 통해 원자재나 이머징마켓 비중을 늘리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오 센터장은 "유가 상승 등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나는 시점에선 금과 같은 안전자산보다는 투자자산 비중을 늘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달러 약세 이익을 누리려면 원자재와 원자재 관련 국내 주식, 중국 본토 순으로 투자하되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보다는 인덱스를 추종하는 상품이 가격 상승에 직접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베팅하고 싶다면 인덱스 관련 펀드, 비과세 혜택을 중시한다면 섹터주식형펀드 등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후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양한 국가에 투자해 환율 분산투자가 동시에 이뤄지는 글로벌채권펀드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