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서민들이 간절히 바라던 뉴스였기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차지하기 힘든 조간 1면을 덥썩 차지했다. 정부 예산을 더 받아 현 정원 850명을 1000명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복심이 깔려 있었지만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그 정도로 KAIST의 발표는 매일 지지고 볶는 타령만 들어왔던 국민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시원함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었다.
대학평가 1, 2위 대학이 이렇게 치고 나가자 이번에는 수도권 주요 사립대들이 가세했다. 고려대가 정원의 23.5%인 886명을 입학사정관제로 뽑겠다고 발표했고 한양대도 정원의 19.8%인 1031명을 입학사정관 선발에 할당했다. 성균관대(626명), 한국외대(678명), 숙명여대(506명), 건국대(350명) 등도 모집인원 확대에 나섰다.
대학들이 너도나도 입학사정관제 입학정원을 확대하는 것은 정부 정책 영향이 크다. 교과부는 획일적 대학입시 제도의 문제점이 제기될 때마다 입학사정관제를 모범의 전형으로 제시했다. 만병통치약 비슷했다. 정부는 탈출구가 있어 좋았고, 대학들은 정부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았다.
교과부가 지원예산을 대폭 늘리고 잘 하는 대학에는 더 많은 예산을 주겠다고 선언한 것도 대학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지원대학 숫자는 지난해와 똑같은 40개인데 예산은 2배 가까이 늘었다. 선도대학 10곳은 최대 3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왕 할 거면 서두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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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잘 던진다고 한 선수만 계속 구원투수로 내보내면 결국에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입학사정관 인력풀이 소수고 고교별 특성에 관한 축적된 자료도 미비한 상태에서 정원만 급히 늘리면 그만큼 주먹구구식 선발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부정입학 논란, 소송 등도 분명 뒤따를 것이다. 때문에 입학사정관들이 학생부와 수능점수를 잘 비교해 뽑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교과부는 입학사정관 전문양성과정 개설 등에 기대를 거는 눈치지만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학업성취도의 악몽이 재연되지 않게 하려면 지금이라도 두루두루 살피는 작업이 필요하다. 불펜은 든든하면 든든할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