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MMF 폭증 뒤에 외평기금 있다

더벨 황은재 기자, 한희연 기자 2009.03.1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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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F의 비밀]10월 원화 외평기금 35.3조원↑... 법인 MMF 17조원↑

편집자주 MMF 설정액이 사상 최고다. 금융불안으로 갈 곳 잃은 뭉칫돈이 MMF에 몰리고 있다. 대출축소에 돌입한 은행 역시 단기자금을 MMF로 굴리고 있다. 그러나 MMF 급증의 가장 큰 배경은 환율의 급등이다. 정부가 환율방어를 위해 달러를 팔아 매입한 원화자금 대부분이 MMF에 유입됐다. 더벨은 MMF의 폭증 과정을 4회에 걸쳐 분석했다.

이 기사는 03월10일(09:5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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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1일 하루짜리 콜금리가 7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콜금리는 이후 3일 내리 기준금리를 크게 밑돌았다.

콜금리 급락의 배경에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있었다.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외평기금에서 달러 매도개입에 나서자 원화 자금이 대규모로 단기자금시장에 풀리면서 일대 '돈홍수'가 난 것이다.



외환시장개입은 주체가 한국은행이냐, 정부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한은이 달러를 팔면 시중의 원화가 한은으로 흡수돼 통화량이 감소한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하면 외평기금의 달러자금이 원화로 바뀌어 자금시장으로 흘러든다.

외평기금을 통한 외환시장 개입의 위력은 지난해 4분기 유감없이 발휘됐다. 사상 최대규모에 달하는 시장개입으로 막대한 원화가 MMF에 유입됐다.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우려를 낳은 MMF 폭증의 결정적 원인은 정부의 환율방어였던 셈이다.

◇ 외환시장 개입 본격화 .. MMF 급증 유발


지난해 10월 달러/원 환율은 국제금융시장 신용경색 확대와 우리나라 외화유동성 우려, 달러 매물 공백 등으로 하루에 100~200원씩 오르내렸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당국은 10월 한 달동안 외평기금에서만 무려 266억달러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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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은행, 더벨

달러 외평기금이 풀린만큼 반대 급부로 원화 외평기금은 한 달사이에 무려 35조3240억원(종가 평균 1326.85원 적용)이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MMF 잔고도 동반 증가한다. 10월말 기준 MMF 잔고는 74조6582억원으로 한 달전보다 12조3277억원 늘었고 특히 법인MMF는 17조936억원에 달해 개인 MMF 감소를 상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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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금융투자협회, 한국은행 단위 : 좌(억원) 우(원)

MMF에 원화 외평기금이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외평기금은 외환시장 급변동시 즉시 사용할 수 있게 대부분 단기 금융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 중 MMF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외환시장 개입이 MMF 증가 요인이라는 증거는 원화 외평기금을 운용하는 삼성투신의의 MMF 수탁고에서도 확인된다. 삼성투신의 9월말 기준 MMF 수탁고는 14조1087억원. 한 달 후에는 29조1099억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법인 MMF 자금이 11조614억원에서 28조3487억원으로 늘었다. 삼성투신은 MMF 덕분에 전체 펀드 설정액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4분기 MMF 증가의 주요인은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아니다"라며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서 비롯된 원화 외평기금 증가가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MMF는 4분기 중 26조5727억원 증가했다. 원화외평기금은 39조8432억원 늘었다. 지난 한 해동안 늘어난 원화외평기금은 총 59조3915억원으로 추정됐다.

◇ 원화 외평기금 "일부는 은행 정기예금으로"



원화 외평기금 증가분에 비해 MMF 증가분은 전체의 3분의2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은행 정기예금 등 다른 금융자산에 투자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향후 어느정도 기간 동안에는 환율 하락 우려로 달러 매수 개입에 나설 필요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평기금은 항상 인출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단기 금융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콜자금으로 빌려주거나 채권형펀드 등으로도 돈을 굴릴 수는 있지만 그런 형태로 운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로 MMF에 맡겨 운용하고 있으며 일부는 정기예금 가입도 하고 있다"며 "항상 인출이 가능해야 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원화 외평기금을) 바로바로 필요한 자금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단기 금융상품 뿐만 아니라 장기 금융상품도 일부 운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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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더벨


은행으로 흘러간 원화 외평기금은 다시 MMF로 유입됐다. 은행들이 신용경색을 이유로적극적인 자금 운용보다는 위험 관리쪽에 치중하면서, 예치해 놓은 여유 자금을 MMF에 위탁했다. 원화 외평기금은 자산운용사에서 은행으로, 은행에서 다시 자산운용사로 수신 주체의 이름을 바꿔가며 돌고 돌며 MMF 급증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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