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BW냐, 아시아나 BW냐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09.03.1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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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노리면 아시아나 주식 차익은 기아차

기아자동차와 아시아나항공이 비슷한 시기에 대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공모해 선택의 고민이 생겼다. 대기업이란 공통점을 빼면 두 회사의 BW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아시아나항공 (9,770원 ▲280 +2.95%) BW의 만기 이자율은 연 10%로 기아차에 비해 2배가량 높지만 신주 인수가격이 현재 주가에 비해 비싸 주식 전환으로 차익을 거둘 확률이 훨씬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본다면 기아차 (105,600원 ▲2,100 +2.03%), 이자율만을 고려한다면 아시아나항공 BW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기아차BW 공모청약 주관사는 우리투자증권 (14,200원 ▲120 +0.85%)이며 아시아나항공 BW 주관사는 대우증권 (8,610원 ▼260 -2.93%)이다.



BW, 조건따라 투자 매력 달라져= 오는 16일 청약 예정을 앞둔 4000억원 규모의 기아차 BW의 만기 이자율은 5.5%, BW 행사가액은 6880원(미확정)이다.

기아차BW냐, 아시아나 BW냐


채권의 만기인 3년 후(2012년 3월19일)까지 갖고 있으면 5.5% 이자를 합친 원리금을 받을 수 있고, 주가가 행가가액(6880원)보다 오를 경우 주식으로 바꿔 매도하면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기아차의 주가(9일 종가)는 6330원으로 지금보다 9%가량만 오르면 주가 전환시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BW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25일 청약 예정일인 아시아나항공 BW의 행사가액은 5000원이다. 현재 주가(9일 종가)가 3150원이므로 60%가량 뛰어야 주식 전환이 가능하다. 기아차 BW에 비하면 상당히 불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BW 만기 이자율은 10.0%로 두 자릿수에 달한다. 연 이자를 분기별로 네 번 쪼개서 주는 '표면이자율(쿠폰 금리)'도 7%로 높다.

만약 1억원을 투자했다면 1년 이자인 700만원의 1/4인 175만원을 분기별로 만기까지 총 12번을 받고, 주식 전환이 되지 않았을 경우 원금의 3%인 300만원을 추가로 얻는 구조다. 결국 연 10% 이자를 받은 셈이다.


반면 기아차 BW의 표면이자율은 1%밖에 안 된다. 만약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행사가액을 2년이 넘은 시점에 돌파했다고 치면, 2년간 7%금리를 얹은 이자를 총 8번 받고 주가 상승 차익도 덤으로 챙길 수 있다. 같은 가정아래 기아차는 1% 금리만 받게 된다. 결국 기아차 BW는 주식에 강점을 갖고 있고 아시아나항공 BW는 채권쪽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높은 금리는 신용위험 반영= BW는 채권(Bond)에 정해진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Warrant)가 붙은 주식관련 사채다. 그래서 채권과 주식의 두 얼굴을 갖고 있다. 때문에 자칫 BW를 주식으로 오해해 채권 투자의 중요한 판단 요소인 '신용위험'을 소홀히 지나치기 십상이다.



아시아나항공 BW의 금리가 기아차보다 높은 이유는 부도위험이 금리에 녹아있기 때문이고, 중간 배당인 표면이율을 높게 책정해 놓은 것도 만기 보유에 따른 원금 손실 위험을 보상해 주려는 의도가 스며든 탓이다.

기아차의 신용등급은 우량 회사채인 'AA-',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그보다 다섯 단계 밑인 'BBB0'. 현재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의 신용위험 때문에 비우량 회사채인 'BBB'급은 사실상 거래가 끊길 정도다.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BBB' 3년물 회사채 금리는 10.71%(9일 민간평가사 평균금리 기준)에 달할 만큼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이 높은 수준.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 본부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험과 아시아나의 신용위험을 고려할 때 금리 수준이 매력적이라고 볼 수 없고, 더구나 행사가액이 너무 높아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도 기대하기 힘들다"며 "같은 기준으로 보면 기아차 BW의 투자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BBB급 채권은 발행시장에서 찾기 힘들 정도였는데, 보통 2%포인트 낮게 책정되는 BW 금리가 유통금리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며 "BBB 회사채에 투자할 계획이었다면 좋은 기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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