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줄기세포 지원 허용 "바이오연구 활성화"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9.03.10 18:07
글자크기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각)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연방기금 재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인간복제 등 윤리적 부담을 뒤로 한 채 줄기세포 연구에 따른 실익에 무게를 뒀다는 점이 주목된다. 오바마식 '의료보험 개혁'을 앞둔 미 정부가 이에 앞서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 각종 난치병 치료 연구의 숨통을 터준 것이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연방정부 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사적 지원도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만 가능했다.



생명공학자들은 이번 결정으로 미국 내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독자적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연간 300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온 캘리포니아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신경세포의 상품화 등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각국 배아줄기세포 연구 현황은



세계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미국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해 척추손상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 시험을 허가했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제론사가 진행하는 이 임상은 올해 안에 미국 내 8~10명의 환자에게 실시될 예정이다.

이 제론사가 이용한 줄기세포는 일반적인 체세포 복제방식의 배아줄기세포가 아닌, 수정란 배아줄기세포다.

한편 일본에서는 역분화 줄기세포라는 새로운 분야의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지난 2007년 실험용 쥐의 피부세포에서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드는 역분화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난자가 필요하지 않아 기존 배아줄기세포의 윤리성 논란에서 자유롭다. 다만 바이러스 운반체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암 유발 가능성이 지적되는 점이 문제다.

일본은 이 연구에만 4000만 달러를 투자할 정도로 관심을 쏟고 있다. 3~5년 내에 이 기술을 상용화 한다는 목표다.



이밖에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사사이 요시키 박사팀은 지난해 11월 국제 학술지 '스템셀'에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대뇌조직을 만들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과 캐나다에서는 최근 일본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역분화 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대신 피부 세포 유전자를 조작, 안전성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 다음 달 재개될까



국내의 경우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는 허용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06년 황우석 박사 사태 이후 체세포 복제방식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거의 진전되지 않고 있다.

황 박사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계획서는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고, 최근 차병원이 신청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보류돼 있다.

이번 미국의 줄기세포 연구 지원 승인으로 차병원의 연구계획서 승인도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심의위는 이르면 4월 중 전체회의를 열고 차병원이 신청한 연구계획서 승인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허가 신호탄?

한편 이번 연구 지원 승인이 오바마 행정부 의료개혁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정부의 의료개혁은 의료보험 적용 인구 확대와 의료비 절감 방안 등 2가지가 핵심.

의료비 절감을 위해서는 줄기세포 등 불치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연구 활성화와 제네릭(복제약) 제품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바이오제네릭(바이오복제약)을 인정한 유럽과 달리 미국은 바이오제네릭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일례로 암젠의 빈혈약 '에포젠'은 유럽에서 바이오제네릭 제품이 출시됐지만 미국은 원개발사가 여전히 권리를 누리고 있다.

삼성종기원의 이재일 전문연구원은 "미국은 경기부양 측면에서도 의료산업이나 생명공학의약품을 한 축으로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조치는 바이오시밀러 등 제네릭 시장 활성화의 전조"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