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신세된 KTF '속앓이'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2009.03.0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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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때까지 '비용 통제' 불가피...유·무선 결합전략으로 만회될까

KTF (0원 %)가 KT와의 합병에 발목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합병을 앞두고 모든 비용을 통제받고 있는 KTF는 이동전화 시장에서 SK텔레콤과 LG텔레콤에게 가입자를 고스란히 뺏기고 있는데도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맥을 놓고 있는 상태다.



결과는 가입자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해까지 3세대 이동전화 시장의 주도권을 놓지 않았던 KTF는 1월과 2월 연속해서 SK텔레콤에게 3세대 이동전화 시장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2월말 현재 KTF의 3세대 가입자는 SK텔레콤에 비해 무려 15만명이나 뒤지고 있다.

번호이동 가입자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동안 번호이동을 통해 12만7000명의 가입자를 신규로 확보한 KTF. 그러나 이 번호이동 가입자 실적은 SK텔레콤과 LG텔레콤에게 자사 고객을 빼앗긴 숫자에 미치지 못해, 결과적으로 번호이동 실적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말았다.



그러나 KTF는 2월 실적에 대해 '내실을 다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2월 010 신규가입자는 1월보다 3만명 늘었고, 순증가입자도 5000명 정도 늘었다는 것이다. 즉, 번호이동이나 3세대 가입자 순증에서는 밀렸지만, 월별 실적에서 크게 밀리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KTF 영업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KT와 합병을 앞두고 사실상 비용이 통제되고 있어서 마음대로 대응할 수 없으니 답답하다는 것이다. KTF 수도권 영업 관계자는 "오히려 우리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경쟁사에서 싸움을 더 걸고 있는 듯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KTF 영업 일선에선 "KT 합병 선언 후부터 최소한의 '방어' 마케팅만 가동할 경우 나중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기조는 최소한 한두 달 더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3~4개월간 입은 영업 손실을 '합병KT'가 무리하게 만회하려 들 경우 자칫 마케팅 경쟁이 다시 점화되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반KT 진영은 '합병으로 인해 KT의 자금력이 이동전화 시장으로 전이돼 쓸데없는 마케팅 소모전이 벌어진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 상황이 실제 벌어졌다는 평가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합병 이후 당분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규제기관의 눈을 감안하면 합병KT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결국, 지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운신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잃어버린 3~4개월을 쉽게 만회하지 못할 수 있다는 기류도 형성돼있다.

KTF는 "영업 일선의 답답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KT와 합병 이후 시장은 자연스럽게 유·무선 결합상품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며 "그때까지 마케팅을 자제하는 이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병 이후 KT가 이동전화 시장의 경쟁을 유·무선 결합 경쟁으로 분위기를 바꿔 이동전화 단품 경쟁 시대를 종식시킬 것인지, 그때까지 경쟁사의 '선전'이 어느 정도 이어질지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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