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교육계는⑧]2012년과 2013년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9.02.2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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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기사, 특히 입시 관련 기사를 보다 보면 연도 표기가 헷갈릴 때가 많다. 연도와 학년도를 정확히 구분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인데 최근의 대입 완전자율화 시점 논란이 전형적인 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해 1월 대입3단계 자율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2012년 이후에 3단계 대입 완전 자율화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2013학년도(2013년 3월 1일~2014년 2월28일) 입시가 2012년 말에 치러지므로 인수위 발표는 2013학년도 입시부터 완전 자율화가 시행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2012년을 2012학년도와 혼동해서 쓰면 이 말은 "2012학년도에 완전 자율화가 되려면 2011년 입시부터 완전자율화가 실시된다"고 잘못 해석될 수도 있다. 졸지에 시점이 1년 앞당겨지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기사에서는 2012년과 2012학년도가 혼동돼 쓰였다.



내일 일도 모르는 게 세상사이고 인수위 발표가 정교하게 다듬어진 정책발표를 의미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시점을 확실히 못 박는 일 없이 그렇게 혼동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다 올 초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지난달 말 "2012학년도 이후 수시 대학별고사 전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입 완전자율화 시점을 '2012년'이 아니라 '2012학년'으로 착각하고 계획을 밝힌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대입 업무를 넘겨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일선 고교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2010학년도까지 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금지의 ‘3불정책’을 유지하겠다고 했고 2011학년도의 경우 오는 6월 최종 입장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생뚱맞게 2012학년도 얘기가 불쑥 나온 것이다.


3불 폐지 논쟁에 다시 불이 붙자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2012년 이후, 즉 2013학년도 이후 대입전형 선진화가 안착되는 추이를 감안,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교통정리를 했다.

그러나 2012년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여서 입시제도는 정권교체 여부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공들여 만든 '수능등급제'를 절차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시행 1년 만에 폐지시켜버렸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의 인사 불이익 연계 시점 또한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교과부는 내년까지 기초학력미달 밀집지역을 집중 지원하고 2011년부터 평가와 연계하겠다고 했다가 비판이 집중되자 '4~5년 후'라고 시점을 후퇴시켰다. 3년 뒤면 몰라도 4~5년 뒤면 다음 정부 때 얘기다.

학업성취도 평가 취지, 지원효과 발현 시기 등을 고려하면 당연히 4~5년 뒤 평가와 인사를 연계하는 게 맞다. 그러나 현 정부 임기 내에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정권이 교체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모든 결정 시점을 2012년 안으로 잡아당기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만 보면 대통령 임기는 적어도 7년 정도는 돼야 할 것 같다. 아예 의원내각제를 도입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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