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 은행권 초임 삭감 '도미노'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반준환 기자 2009.02.2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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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잡셰어링' 동참 검토, 노조 변화 기류

은행권 노사가 대졸 신입행원의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고통분담에 소극적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외면하기 어려운 탓이다.

금융공기업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물론 민간기업의 임금삭감이 잇따르는 것도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임금삭감에 부정적이던 노동조합도 "사회분위기를 볼 필요가 있다"며 자세를 바꾸는 모습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이 방식을 통한 잡셰어링의 물꼬를 터줌에 따라 주요 은행들도 빠르면 이달 중 임금개편안을 마련해 노조와 협의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

고임금 은행권 초임 삭감 '도미노'


이날 우리은행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초임을 20% 삭감하고, 절감된 비용으로 신규채용을 늘리기로 했다. 이러면 대졸 신입행원의 연봉은 현행 3400만원에서 2700만원으로 낮아진다.



상대적으로 급여수준이 낮은 우리은행의 행보에 다른 은행들도 자극을 받는 모습이다. 국민·신한·하나·농협 등 주요 은행들은 빠르면 이달 중 구체적인 조정안을 확정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신입행원 초임을 20% 삭감하는 방안을 놓고 노조와 협의를 벌이고 있다"며 "기존 직원과 형평성 문제가 있어 협의 진전이 쉽지 않지만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의 임원은 "기존 직원들의 연월차 수당 및 성과급을 유보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식을 살펴보고 있다"며 "사회 고통 분담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은행권 급여 조정이 속도를 내는 것은 임금삭감에 부정적이던 노조의 태도 변화와 무관치 않다.

금융노조는 "임금은 노사 합의사항으로, 대졸 초임의 단순 삭감은 청년실업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각 은행 역시 잡셰어링에 공감하면서도 먼저 나서지는 않겠다는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임금삭감 소식이 전해진 뒤 상당한 기류변화가 엿보였다.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전체적으로는 금융노조의 방침을 따라야 하나 임금단체협상을 제외한 개별협상권은 개별 노조에 있다"며 "자체적으로 대졸초임 삭감을 결정하는 곳이 늘어나면 금융노조의 방침도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의 노조 관계자는 "금융노조 역시 최근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은행권의 움직임을 감지한 만큼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권 공동의 임금조정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은행권에서 시작된 임금조정은 증권·보험 등 다른 금융권에 도미노 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이 임금을 낮추면 다른 계열사들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에서도 잡셰어링을 위한 임금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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