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대졸 초임 깎는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권화순 기자, 도병욱 기자 2009.0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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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한은·금감원 이어 '잡셰어링' 동참

시중은행들이 신입행원들의 급여를 크게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임금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하폭과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보다 20% 이상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취지지만 이 기회에 기형적인 임금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합의 등 넘어야할 산이 많아 진통이 예상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내부적으로 대졸 초임 인하를 골자로 한 임금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은행장들의 모임에서 대졸 초임이 너무 높아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지난번 금융위원장과 워크숍에서도 얘기가 있었다"며 "은행들이 자율적인 개편안을 만들되 구체적인 방안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조율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조만간 은행연합회에서 회의를 열어 인하폭을 비롯한 구체적인 방침을 논의한 후 이를 토대로 노조와 협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을 포함해 신한 농협 등 주요 은행은 여러 가지 임금개편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만 초임을 삭감하면 인재가 쏠릴 수 있다는 문제가 있어 전 은행의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며 "연합회에서 기본 가이드라인을 정하되 은행별 인하폭은 상황에 맞춰 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은행권의 대졸 초임 인하폭은 20%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공기업에 이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마저 임금을 낮추고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등 압박이 강하다는 점에서다.

한은은 이날 유례 없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3100만원 수준인 대졸 초임을 2480만∼2635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금감원도 3360만원에서 20% 삭감된 2688만원으로 인하키로 했다. 이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결과 민간기업의 평균보수(2441만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6개 시중은행의 대졸 초임 평균은 올해 1월 기준으로 4316만원에 달한다. 공공기관(2936만원) 및 500대 기업(3093만원)보다 1000만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초임 2000만원 이상의 공공기관에 최대 30%의 급여를 삭감한다는 방침을 정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기존 은행원들의 연월차 수당 및 성과급을 유보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위기가 해소되고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된 후 이를 지급한다면 임금삭감에 대한 반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은행권에서 시작된 임금 조정은 보험 증권 등 다른 금융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금융지주사 소속 은행들이 임금을 낮춘다면 다른 계열사들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은행들은 그러나 협상권을 쥔 은행 노조뿐 아니라 금융산업 노동조합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탓에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노조가 쉽게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권 임금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제안을 받지 못해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임금삭감이 반드시 은행 경쟁력 개선이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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