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낮은 '잡셰어링 1세대' 은행원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9.02.2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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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시중은행에서 처음으로 대졸초임 삭감을 결정했다. 대졸 신입행원의 연봉은 2700만원으로 낮아지고, 절감된 인건비는 하반기 공개채용을 늘리는 데 활용된다. 우리은행의 결정은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 1세대'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우리은행은 24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초임을 20% 삭감하고, 절감된 비용으로 신규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졸 신입행원의 연봉은 현행 3400만원에서 2700만원으로 낮아진다. 200명을 기준으로 할 때 절감되는 비용은 14억원이며, 이를 재원으로 50명을 추가 채용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은행의 판단이다.

또한 우리은행은 3월부터 1200명의 청년인턴을 추가로 채용,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신규 인턴은 3개월 주기로 300명씩 채용되며, 정규직 채용인원의 20%는 우수 인턴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은행권은 우리은행이 '파격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국민, 신한, 하나 등 6개 시중은행의 대졸초임 평균(지난해)은 4316만원이었다. 우리은행이 조정한 임금보다 1600만원 이상 높다. 자칫 우수인재들이 우리은행을 기피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금융권은 그러나 우리은행의 행보를 뒤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잡셰어링을 통해 청년실업을 해결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일제히 대졸초임을 낮춘다면, 새로운 임금체계가 적용되는 '잡셰어링 1세대'가 탄생하게 된다.

예전처럼 대기업 과장수준의 높은 급여를 받는 게 아니라, 통상적인 급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최초의 은행원들이 생긴다는 얘기다. 이는 '상박하후'로 표현되는 은행권의 기형적인 임금구조를 바로잡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은행들은 다만 전면적인 임금체계 개편에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기존 직원들의 임금까지 손을 대야 하는데, 노조와의 협의 뿐 아니라 형평성 문제도 걸려 있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대졸초임이 낮아지면 형평성 차원에서 기존 은행원의 급여 역시 조정될 여지가 있다. 이 경우 상여금 및 복지수당 지급을 일시적으로 유예하고, 경기가 회복된 후 지급하는 형태가 유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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