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에 수요감소…對日 무역적자 급감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9.02.22 09:30
글자크기
#1. 일본에서 원자재를 수입한 뒤 인쇄 회로 기판을 제조해 중국에 수출하는 A사는 최근 들어 원자재 수입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급감한데다 원/엔 환율이 급등해 수지를 맞추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2. 물류 관련 설비를 시공하는 B사는 지난해 말부터 일본산 부품 수입을 예년에 비해 40∼50% 수준으로 줄였다. 이 회사는 "엔화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한국수입업협회에 협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수요 감소와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일본에서의 수입이 급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만성적인 대일 무역역조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2일 지식경제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대일(對日) 무역수지는 14억500만달러 적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對) 일본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3% 감소한 15만3500만달러, 일본에서의 수입은 36.7% 감소한 29억4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월간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9월 31억3900만달러를 나타낸 뒤 10월 26억5500만달러, 11월 18억4600만달러, 12월 18억달러 등 4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대일 무역적자는 1965년 교역이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급증해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300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최근의 월간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일 무역 역조가 개선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업체들의 대외 수출이 줄어 이에 따른 부품·소재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


국내 업체들의 1월중 전자·전기기기 수입은 35.9%, 기계류·정밀기기 수입은 32.4% 각각 감소했다. 이들 부품·소재들은 그동안 일본 제품이 다수를 자치해 만성적인 대일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요인이 돼 왔다.

지경부 관계자는 "우리 업체들은 수출에 활용하기 위해 일본에서 부품·소재를 수입해 왔다"며 "수출이 줄어 일본산 부품·소재 수입도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일본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것도 무역적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엔화 가치가 너무 올라 업체들이 수입을 다변화하거나 수지 타산을 맞추지 못해 아예 생산 자체를 포기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수입업협회 관계자도 "일본 제품 수입이 많은 업체들이 하나같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폐업한 업체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엔고를 계기로 무역역조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경부는 지난달 일본시장 진출 대책반을 구성, 수출 유망 중소기업?품목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는 한편 일본 유통시장과 부품소재 아웃소싱 시장을 개척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대책반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일 무역 역조 개선"이라며 "주기적으로 대책 회의를 열어 실천 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