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기업 구조조정 준비됐나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권화순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9.02.1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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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에도 연체율 급등 등 변수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기로 하면서 은행의 '체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을 전담하게 될 은행의 자본여력이 충분하지 못하면 은행마저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18개 은행은 지난해 모두 9조9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전년보다 120%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 확정된 워크아웃 및 퇴출대상 건설·조선사 16곳과 관련된 충당금만 1조원에 육박한다.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은 지난해 4분기에 집중됐다. 경제여건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기업대출도 부실해진 탓이다. 충당금은 은행에는 '방패' 역할을 한다. 충당금이 넉넉하면 일정한 대출 부실은 감당할 수 있다.

문제는 경기하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일부 업종에 한정된 대출 부실화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충당금이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읽을 수 있는 지표는 '무수익여신(NPL) 커버리지비율'(대손충당금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비율)로, 주요 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126~164%로 아직 양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비율은 전년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수준이어서 추가 하락이 우려된다. 국민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은 2007년 193.1%에서 지난해 133.3%로, 신한은행도 191%에서 164%로 떨어졌다.

이 비율의 하락은 은행이 자산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대출 연체율이 최근 크게 높아지면서 부실여신 규모가 커질 조짐이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를 감안해 은행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2%, 기본자본비율 9%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또 20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상당수 은행은 당국의 권고기준을 충족한 상태다.

그러나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기준을 충족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언제든 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자본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 신용경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도로 은행의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BIS비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자본확충펀드 20조원을 모두 활용하면 지난해 9월말 기준 184조원의 대출여력이 생기고, BIS비율을 8%로 낮추면 대출여력이 496조원 더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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