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펀드, 뜨긴 하지만 '상투' 될라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2009.03.0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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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불황 속 빛나는 원자재펀드 ‘허와 실’

“요즘 금 같은 원자재펀드가 뜬다는데 지금이라도 들어가 볼까?"

경기불안이 지속되는데다 금리까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다보니 금 같은 원자재가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원자재펀드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너무 올라 “위험하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금으로 몰린 투기세력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극대화되고 있어 지금 들어갔다가는 자칫 물릴 수 있다는 것.



에너지나 비철금속 등 일반 원자재는 비교적 하락위험이 적지만, 금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 원자재펀드에 들어가고 싶다면 단기 수익률에 현혹되지 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당부다.

◆GSCI 등 원자재가격 추이 알고 들어가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원자재펀드는 ▲에그리(농산물) ▲에너지 ▲가축 ▲귀금속 ▲금속 등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원자재펀드에는 크게 두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원자재 관련 주식형펀드다. '프랭클린 템플턴 내츄럴리소스 주식형펀드', '우리 CS 글로벌천연자원 주식형펀드' 등이 대표적 펀드다. 이는 원자재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원자재 가격상승을 직접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다른 것으로는 원자재 가격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가 있다. 이것은 에너지, 귀금속 등 상품(Commodity) 인덱스를 추종하는 것이다. '삼성 Commodity인덱스 파생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부분 원자재섹터에 분산 투자돼 개별 원자재 상품에 투자할 때의 높은 변동성을 보완하면서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도록 돼있다.


이와 더불어 펀드를 고르기 전 미리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골드만삭스 상품지수(GSCI)와 같은 원자재 가격을 알 수 있는 지표들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동향을 살펴보지 않고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묻지마' 투자나 다를 바 없다.

◆원자재 상승 사이클 끝나…‘금’만 상승



원자재펀드, 뜨긴 하지만 '상투' 될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은 지난 2004년 이후부터 장기 상승국면에 돌입했으며 2008년 중반을 정점으로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은 2004년 상승사이클에 돌입하기 이전 가격으로 돌아왔다.

단 금은 예외다. 금은 여전히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고 지난해 말 이후 오히려 급상승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가격적인 면에서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태훈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가격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하락부담은 줄었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상승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의 생산시설 투자가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경기가 반등했을 때 공급부족 현상을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재의 특성상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단기 수익률 높지만 "위험" 요인도 높아

최근 원자재 펀드 수익률은 다른 펀드에 비해 두드러진다. 올 들어 2월18일까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원자재펀드(순자산 10억원 이상)는 ▲JP모간천연자원주식종류형자 1A ▲블랙록월드광업주주식-자(UH)(S) ▲JP모간천연자원주식종류형자 1C-E 등으로 22%가량 수익률을 올렸다.
원자재펀드, 뜨긴 하지만 '상투' 될라
순자산 10억원 이상인 원자재펀드 52개의 평균수익률은 6.5%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이 -0.25%인 것에 비하면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금펀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금펀드는 지난 3개월을 기준으로 볼 때 수익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월드골드주식-자(UH)(S)가 무려 64% 올랐고, 기은SG골드마이닝주식자A클래스와 기은SG골드마이닝주식자C1클래스가 각각 55% 가량 수익률을 올렸다. 신한BNPP골드파생상품 1-A 등도 5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차익 실현 욕구 높아져…투자에 신중해야

단순 수익률을 놓고 보면 투자자들 입장에서 현혹될 만하다. 다른 주식형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월등히 높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수익률은 과거 수치라는 것이다. 지나간 수익률에 현혹돼 무작정 지금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일반적으로 원자재 가격은 경기가 좋아질 때 올라가는 특성을 보인다”며 신중투자를 당부했다. 경기가 좋아져야 석유 같은 에너지 소비가 늘고 비철금속이나 농산물 수요도 늘어난다.

그러나 지금은 불황이 심하다는 점에서 원자재 가격이 베어마켓(약세장)을 보일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원자재펀드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원자재펀드 가운데 급등세가 두드러진 금펀드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금 시중자금이 안전도가 높은 곳으로 쏠리다보니 금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단기급등에 따른 가격부담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는 인도와 중국의 금 수요 증가로 금값이 많이 올랐지만, 올해는 경기가 좋지 않아 사치품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금값 상승요인보다는 하락요인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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