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가 틀렸다구요?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9.02.1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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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원칙 '밸런타인' 맞지만 언어생활 '발렌타인' 익숙해

▲15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 입구에 밸런타인데이 행사 판촉물이 붙어있다.▲15일 서울시내 한 편의점 입구에 밸런타인데이 행사 판촉물이 붙어있다.


지난달 말 한 의류업체의 마케팅실. 마케팅 담당자인 A씨는 의외의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2월14일 밸런타인데이(Valentine's day)를 맞아 판촉 활동을 펼쳐야 하는데 '밸런타인데이'의 표기법이 문제였다. 원칙상 '밸런타인'이 맞지만 그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발렌타인데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A씨는 "고민 끝에 대중에게 익숙한 '발렌타인'으로 정해 홍보자료와 판촉물을 제작했다"며 "잘못 썼다고 고객들이 지적할까봐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A씨의 선택은 옳았을까. 현재로선 '밸런타인'과 '발렌타인' 둘 중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하기 어렵다.

표준국어대사전과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준칙에 따르면 '밸런타인'이 맞다. 그러나 '2월14일이 무슨 날인가'하고 물으면 대부분은 "발렌타인데이"라고 대답한다. 표기준칙이 결정되기 전부터 '발렌타인'이라고 읽는 습관이 국내에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외래어 중에서도 영어에 관한 표기규정은 지난 86년 만들어졌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철자보다 현지 발음을 존중한다는 원칙이었고 밸런타인은 특히 사람이름이기 때문에 더욱 발음을 중요시했다"고 설명했다.

규정을 만든지 20년이 지난 뒤에도 '밸런타인'은 '발렌타인'을 이기지 못했다. 15일 구글 검색 결과 '밸런타인데이'는 62만2000건, '발렌타인데이'는 이보다 9배 많은 557만건이 나왔다.

언론의 입장도 제각각이다. 표기법 규정에 따르는 곳도, 언중(言衆)의 언어습관을 존중하는 곳도 있다. 이러다보니 같은 기사 안에서 '밸런타인데이'와 '발렌타인데이'를 혼용하기도 한다.


외래어 표기를 통일하는 것은 언어생활의 혼란을 없애고 각종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익숙한 일부 표현들은 표기법만로는 교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와 비슷한 예로는 '클린'이 있다. 국립국어원은 '클'의 엘(L) 받침이 사라진 '크린' '크린포크' '크리넥스'가 각각 '클린'(clean) '클린포크'(clean pork) '클리넥스'(kleenex)의 잘못된 표기라고 지적했다. 크린포크와 크리넥스는 이미 상표로 등록돼 고유명사로 널리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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