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매일유업·빙그레, '우유 전쟁'

박희진,김희정 기자 2009.02.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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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빙그레 "PL제품 품질 다르다" 주장에..이마트, 해당 제품 판매 중단 '강수'

국내 대형마트 1위인 신세계 (154,900원 ▼1,300 -0.83%) 이마트와 유명 우유업체인 매일유업·빙그레가 '이마트 자체상표(PL)' 우유 제품을 놓고 한판 붙었다.

우유업체들이 자사 브랜드 제품과 이마트에 납품하는 PL 제품 간에 품질의 차이가 있다고 밝히자 이마트측이 바로 PL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나선 것. 이에 따라 사실상 '갑을 관계'인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 힘겨루기 과정에서 불거진 양보없는 기싸움으로 PL 제품 자체의 품질 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0일부터 매일유업과 빙그레가 생산하는 PL우유 판매를 중단했다고 13일 밝혔다. PL(Private Label)은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제품을 말하는데 제품 생산은 매일유업, 빙그레 등 제조업체가 맡아도 '이마트'의 브랜드를 걸고 판매된다.

그런데 이번에 이마트가 매일유업이 만드는 '이마트 우유'와 빙그레가 제조하는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의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이번 사태는 매일유업과 빙그레가 최근 이마트에 공급하는 PL제품이 자사 제품과 품질이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매일우유 ESL'은 세균수가 3만 마리 미만인 1A 원유로만 만들어진다. 반면 매일유업이 이마트에 납품하는 이마트 PL 우유는 같은 라인에서 생산되지만 원유수급 상황에 따라 1A와 1B 원유를 섞어 쓰고 있다.

매일유업 측은 "1A와 1B 원유 모두 1등급 우유로 품질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며 "1리터당 원가 차이도 소비자 판매가격의 1%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빙그레가 만든 '이마트 바나나맛 우유'와 '이마트 딸기맛 우유'의 원유함유량은 80%로 빙그레 자체 브랜드 '바나나맛 우유'의 원유 함유량인 86%보다 6% 포인트 가량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품질에 차이가 있다는 게 마치 PL제품에 하자가 있다는 식으로 비춰지면서, 양측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는 점이다. 특히 이마트가 '판매중단'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하면서 일이 더 커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제조업체 측에서 (이마트에 납품하는 자사 PL상품에) 품질에 이상이 있다고 밝힌 이상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조업체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품질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 PL제품에 하자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PL제품 가격이 더 저렴한 만큼, 원료, 제조법 등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이마트의 이번 판매 중단이 '보복성 조치'라는 일각의 지적에 제조업체는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법적인 사안과는 관계없는 경영상 판단의 문제"라며 "혹시나 불공정한 거래가 이면에 있는지는 앞으로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역시 자사 PL제품에 대한 품질논란은 물론, 유통파워를 앞세워 제조업체에 '군림'한다는 유통업계의 해묵은 비난의 화살까지 떠안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PL제품이 일반화되면서 품질 문제가 잦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우유사태는 단순한 제품의 차이가 품질 문제로 비화된 것"이라며 "양측의 양보없는 기싸움에 승자는 없고 '패자'만 생긴 꼴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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