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두산 회장의 '무한 열정'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9.02.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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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두산 회장의 '무한 열정'


"선거에서 못 이기면 서울로 돌아가지 않겠다. 차라리 호텔 창밖으로 뛰어 내리겠다"

1995년 8월 일본 도쿄 마쿠하리 프린스호텔. 당시 일본의 아성인 국제유도연맹(IJF) 회장에 출마한 박용성 오비맥주 회장(현 두산그룹 회장)은 참모들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박 회장은 당선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일본인이 아니면 불가능하니 포기하라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선거전에 뛰어든 박 회장은 결국 그해 9월 한국인 최초로 IJF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하루 3∼4시간씩 자며 국제 유도계 주요 인사들을 일일이 만나 끈질긴 설득 작업을 벌여 승리를 거머쥐었다.



박 회장의 집무실에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좌우명이 걸려 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것이 박 회장의 스타일이다. 어떤 일이든 대충 대충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부하 직원들에게는 곧잘 "대충하려면 아예 시작하지 말라"고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지낸 박 회장은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지난 2006년 한해 동안 26차례의 해외출장을 다녔고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냈다.



올해로 70세, 고희(古稀)를 맞은 박 회장이 또 한번의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대한체육회장 직이다. 지난 10일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 회장은 "기업하는 사람은 밑지는 장사 안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한번 IOC 위원 자리를 바라고 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박 회장은 손사래를 치며 "전혀 관심없다"고 했다. 영구 IOC 위원이 되지 않는 한 70세를 넘으면 협회장 자격으로는 IOC 위원이 될 수 없다. 이번 대한체육회장은 순수한 열정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박 회장은 일 자체를 즐긴다. 평소 스타일을 보면 전형적인 오너보다는 부지런한 최고경영자(CEO)에 가깝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낸다. 메일을 직접 주고받는 상대는 임원이 아닌 실무자들이다.


오너 3세답지 않게 격식을 따지지 않는 것도 박 회장의 특징이다. 일정 수행 중 시간이 남아 간단히 식사를 할 일이 있으면 근처에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KFC 매장에서 임원들과 함께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두산그룹 회장 뿐 아니라 중앙대 이사장까지 함께 맡고 있는 박 회장. 그의 열정에 끝이 없다. 대한체육회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에서 성공을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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