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8월 일본 도쿄 마쿠하리 프린스호텔. 당시 일본의 아성인 국제유도연맹(IJF) 회장에 출마한 박용성 오비맥주 회장(현 두산그룹 회장)은 참모들에게 이렇게 선언했다.
박 회장은 당선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일본인이 아니면 불가능하니 포기하라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선거전에 뛰어든 박 회장은 결국 그해 9월 한국인 최초로 IJF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하루 3∼4시간씩 자며 국제 유도계 주요 인사들을 일일이 만나 끈질긴 설득 작업을 벌여 승리를 거머쥐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지낸 박 회장은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지난 2006년 한해 동안 26차례의 해외출장을 다녔고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보냈다.
또 한번 IOC 위원 자리를 바라고 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박 회장은 손사래를 치며 "전혀 관심없다"고 했다. 영구 IOC 위원이 되지 않는 한 70세를 넘으면 협회장 자격으로는 IOC 위원이 될 수 없다. 이번 대한체육회장은 순수한 열정의 산물이라는 얘기다.
박 회장은 일 자체를 즐긴다. 평소 스타일을 보면 전형적인 오너보다는 부지런한 최고경영자(CEO)에 가깝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낸다. 메일을 직접 주고받는 상대는 임원이 아닌 실무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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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답지 않게 격식을 따지지 않는 것도 박 회장의 특징이다. 일정 수행 중 시간이 남아 간단히 식사를 할 일이 있으면 근처에 두산그룹이 운영하는 KFC 매장에서 임원들과 함께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두산그룹 회장 뿐 아니라 중앙대 이사장까지 함께 맡고 있는 박 회장. 그의 열정에 끝이 없다. 대한체육회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에서 성공을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