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어려우니 '카드깡'도 급증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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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노동자 A씨는 골절상을 입은 아버지의 치료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돈을 구할 수 없었다.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저축은행은 물론 대부업체들마저 대출을 거부한 탓이다. 불법 사채시장도 찾았지만 100%가 넘는 살인적인 고금리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A씨는 얼마 전 대부업체로부터 받은 20%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는 문자메시지를 떠올렸다. 결국 A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를 했고, 이 업체에선 A씨가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주면 100만원을 결제하고 A씨의 통장에는 수수료를 뗀 80만원을 입금시켜 주겠다고 했다.



급한 마음에 A씨는 카드 번호를 알려줬지만, 이 업체는 얼마 뒤 폐업신고를 하고 자취를 감췄다. A씨에게 돌아온 것은 수백만 원에 이르는 카드 고지서 뿐이었다.

A씨의 사례처럼 경기침체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늘면서 소위 '카드깡'으로 불리는 신용카드 불법할인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깡'은 현찰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의 신용카드를 허위 결제를 한 뒤, 20~30%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현찰을 받는 수법이다.



예컨대 귀금속 매장에서 100만원을 허위 결제 한 뒤 매장 주인에겐 수수료 명목으로 20만원을 지급하고, 자신은 80만원의 현찰을 챙기는 식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해 하반기 카드깡을 실시한 가맹점에 대한 제재건수가 상반기 대비 32.97% 증가한 1만2349건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카드깡 적발건수는 지난 2006년 상반기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지만 경기침체로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최근에는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허위 매출을 일으켜 현금을 지급받는 방식에서 한단계 진화해 '투자펀드'와 같은 투자업을 사칭한 유사수신이나 대출을 위장한 카드깡 수법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물 구입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는 '현물깡'도 증가 추세다. '현물깡'의 경우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대형 유통매장 등에서 물품을 구입하거나 상품권을 구입해 오면 이를 사채업자가 할인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융통한다.

여신협회는 이 같은 신용카드 불법할인을 이용하면 20~30%의 높은 수수료로 부채가 크게 늘 수 있는데다, 적발될 경우 카드 거래가 정지되거나 한도가 축소되는 등 제재조치가 뒤따른다고 밝혔다.



여신금융협회 이강세 상무는 "카드깡을 유인하는 대출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제도권 금융기관을 방문해 자신에게 맞는 적합한 대출상품을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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